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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설자재난 계기로 되짚어보는 기업 경쟁력

[칼럼] 건설자재난 계기로 되짚어보는 기업 경쟁력

기사승인 2022. 07.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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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5월에는 조달청의 관수철근 구매계약 입찰이 제강사들의 불참으로 유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여전히 건설자재의 가격 상승과 수급 이슈는 건설 공사에 사용되는 사실상 모든 자재일만큼 전방위적이다. 시멘트·레미콘·마감재·철강재·경유 등 우리가 아는 건설자재와 원자재에서도 상황은 동일하다. 물가 상승에 따른 인건비 등 관련 비용의 증가세도 업계에는 치명적이다. 일각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파업 움직임까지 보인다.

작년부터 부각된 자재난은 대규모의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는 건설산업의 특성상 이미 예정된 사안이었다. 통상적으로는 경제 위기 등으로 경기 부양책이 실행되더라도 그 범위는 일부 국가에 한정된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돌발사태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인 경기 부양이 벌어지면서 건설 투자는 주요 사안이 되었다. 이는 건설자재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이 악화되었다. 금년에 추가된 러시아 경제 제재도 자재난에 미친 영향은 비슷하다. 오늘 휴전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내일부터 모든 문제가 해소된다는 보장은 없으니 여파는 결국 장기적이다.

건설업계에 자재난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무엇보다도 계획 단계에서 산정된 공사비와 실행 단계의 소요 비용 간에 차이가 벌어지면서 건설공사의 발주 단계부터 문제가 초래된다. 이익률이 낮더라도 안정적으로 공사비를 수령한다는 공공공사의 장점도 퇴색된다. 할당된 예산을 집행하는 공공공사에서는 에스컬레이션 조항 등을 적용해 비록 시차가 있더라도 일정 수준의 공사비 증액이 가능하지만, 민간공사에서는 그런 보장도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민간 공사도 현격한 물가 변동 등에 따른 계약대금 증액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제시한 바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주택 공급과 이에 수반되는 사회기반시설을 늘리는 정책 방향에도 긍정적이지 않다. 분양가 등의 수익성 문제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공동주택(아파트)의 분양이 늦춰지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GTX 같은 대규모 사업도 걱정이지만 현실에서는 벌써부터 지역발전소와 같은 인프라 공사에서 건설사의 수의계약 포기같은 유찰이 벌어진다. 이를 보여주듯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2분기의 매출증가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영업이익 등의 실적 감소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위기 상황에 대비한 사전대응도 이론과 실무가 다르다. 가령 위기 상황에 대비해 평시에 원자재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대량 구매자의 바잉 파워(buying power) 등과 비교해 실익을 따지게 된다. 미래의 수급 상황을 예측해서 장기계약을 맺는 것은 예측 실패에 따른 파급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한방에 극복하는 마법의 키는 없다. 지금처럼 발주자, 원도급자, 하도급자 등의 귀책사유가 아닌 외부 요인에 좌우되는 경영 환경에서는 각 기업의 역량이 성패를 가른다. 변화는 공공분야부터 나타났다. 예산 편성에 따른 기복과 공기 연장이 빈번한 장기계속공사의 입찰을 피하거나 일반공사의 투찰률을 높이는 등 실행률과 수익성에 대한 건설사들의 방침부터 이전과 차이를 보인다.

다만 이같은 업황이 건설경기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지금의 여건은 물론 정부 정책도 주택 분야를 포함한 건설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번 시기를 국내 공사에서도 무분별한 수주를 벗어나 장기 관점에서 수익성 중심의 수주 관행을 경험하고 축적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발상의 전환과 성장의 기회라는 것은 본래 소수의 준비된 우량기업들이 먼저 잡아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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