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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베트남, 택시부족에 내외국인 발 동동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베트남, 택시부족에 내외국인 발 동동

기사승인 2022. 08. 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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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시 떤선녓 국제공항의 모습./사진=호치민 정리나 특파원
최근 베트남 호치민시에 관광을 온 김지훈씨는 떤선녓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곤욕을 치렀다. 그랩과 같은 차량공유 플랫폼을 이용하면 시내까지 10만~15만동(약 5500~8300원)에 갈 수 있었지만, 이날 공항에 있는 택시들은 25만~30만동(약 1만4000~1만6700원)을 불렀다. 미터기로 가자는 요구에도 기사들은 "그럼 다른 차를 타라"고 거절했다.

그랩 차량을 호출해도 차량을 잡기가 어려웠고, 자신이 그랩 기사라며 일반 차량을 이용한 호객꾼들에게 자칫 사기를 당할 것이 두려웠던 김씨는 결국 택시를 이용했지만 이마저도 승객들로 붐벼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탈 수 있었다.

떤선녓 공항 관계자는 8일 아시아투데이에 "현재 공항에 12개의 택시회사·차량공유플랫폼이 있지만 공항을 찾는 승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 공항측도 증차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유류비 상승 등 여러 이유로 택시나 공유차량 숫자 자체가 줄어들어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부 하노이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하노이시민 프엉 리엔씨는 "택시 수도 많이 줄었고 요즘엔 그랩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도 차가 없어 이용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리엔씨는 "예전엔 그랩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버튼을 누르자마자 근처에 있는 차량이 바로 콜을 잡아 배정됐는데 요즘엔 수 분 거리에 있는 차량이 배차되거나 아예 차량이 배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그랩뿐만 아니라 고젝·비(be) 등 다른 어플을 총동원해야 겨우 잡는다. 일반 택시는 잘 보이지도 않고 콜택시를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거주한 교민 A씨도 "몇 년 전엔 비가 내리더라도 택시나 차량을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었는데 이틀 전엔 한시간 넘도록 아예 잡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내외국인 모두 그랩과 같은 공유차량을 포함한 택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아직 미비한 베트남에서는 택시가 없으면 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다. A씨는 "현지인들이야 오토바이를 운전하니 괜찮겠지만 외국인들은 택시가 줄어들면 대부분 발이 묶인다"고 지적했다.

택시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유가상승이다. 베트남 휘발유값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6월 휘발유값은ℓ당 3만1000동(약 1730원) 안팎으로, 2019년 말보다 무려 60%가 높은 수치다. 오토바이마저도 연료값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었던 이 시기 택시기사들과 공유차량 기사들 중 다수는 아예 운행을 포기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정부가 환경세 인하조치 등으로 휘발유값이 ℓ(리터) 당 2만5000동(1395원) 밑으로 내려 왔지만 여전히 높다.

5년 넘게 그랩 차량을 몰고 있는 타인씨는 8일 기자에게 "공유차량 플랫폼은 요금의 25~30% 가량을 수수료로 떼어간다. 그렇다고 휘발유값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운행요금이 유가와 물가 상승분만큼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6~7월에는 정말 차를 몰면 몰수록 오히려 적자가 나는 판국이라 아예 그만 두고 다른 일을 찾은 동료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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