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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式 실리주의 경영 빛났다…현대백화점, 2분기 역대 최대 실적

정지선式 실리주의 경영 빛났다…현대백화점, 2분기 역대 최대 실적

기사승인 2022. 08. 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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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마트대신 백화점 사업 집중
매출 1조1252억, 작년대비 30% 증가
더현대서울 2년만에 손익분기점 돌파
단기간 급성장하며 실적 효자 역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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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실리주의 경영이 코로나19 시국에 빛을 발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사업 확장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보수적인 신중모드가 안정적 수익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정 회장은 롯데와 신세계가 마트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매년 10개씩 점포수를 늘려갈 때 그룹의 정체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백화점 사업에 더 집중했고, 경쟁사가 출혈을 감수하면서 공격적인 이커머스로의 전환을 시도할 때도 실속부터 따졌다. 유통기업의 수익성 악화의 주요 요인인 마트업과 이커머스를 하지 않으니 리오프닝과 함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 대신 잘하는 부분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니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백화점의 공식을 깬 '더현대서울'과 계열사들의 전문몰들이 대표적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잘할 수 있는 부문에만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이런 정지선식(式) 실리주의가 현대백화점의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15일 현대백화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심리 확대로 명품뿐 아니라 패션, 화장품 등 마진율이 높은 부문의 매출이 증대되면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1조125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4%가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712억원으로 전년 2분기와 비교해 23.5%가 올랐다. 상반기로 봤을 때도 현대백화점은 매출은 2조596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33.1%가 늘었고, 영업이익도 1601억원으로 30.5%가 증가했다.

매출은 면세점의 리오프닝 효과를, 영업이익은 백화점이 고마진의 패션과 화장품 매출 증대를 이루면서 전체 호실적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은 850억원으로 30.2%가 뛰었다. 여성패션(17.1%)과 남성패션(19.1%), 스포츠(20.9%), 뷰티(14.4%) 등 마진이 높은 상품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은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이 2분기에도 지속되면서 영업적자가 전년 2분기보다 60억원이 더 늘어난 138억원을 기록했지만 하늘길이 열리고 여름휴가 시즌과 겹치며 매출은 62.6%가 오른 570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2월 개장한 '더현대 서울'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이 MZ세대에게 큰 주목을 받으며 오픈 2년차 점포로는 이례적으로 분기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매출 8005억원을 기록한 더현대서울은 개장 이후 역대 최단 기간 연매출 1조원 돌파 백화점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객 휴식 공간을 전체 면적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건물 천장을 유리로 해 기존 백화점의 관념을 깬 실험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MZ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숍들, MZ세대 전문관, 리셀 전문 매장, 미국과 유럽의 디자이너 브랜드 등을 유치한 것도 집객 효과를 톡톡히 냈다. 소위 말하는 '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없음에도 개점 1년차에 8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비결이다.

여기에 실적을 깎아먹고 있는 마트와 이커머스를 하지 않는 덕도 봤다. 마트업은 계속된 부진으로 적자만 쌓이고 있다. 이마트는 전년 2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199억원 감소하며 2분기 영업손실 123억원을 기록했다. 할인점(-193억원)과 트레이더스(-104억원)의 영향이 컸다. 롯데마트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해 적자가 축소되긴 했지만 2분기 영업손실 71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그룹의 유통업을 키우며 효자노릇을 하던 것이 인구구조의 변화와 이커머스의 등장,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계륵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렇다고 사업 전략 방향을 바뀐 이커머스에서의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SSG닷컴과 지마켓 모두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롯데온도 2분기 영업손실 49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확대됐다.

현대백화점은 무리한 출혈경쟁보다는 실익을 먼저 따지는 방식을 선택, 이커머스에서도 계열사들이 가진 쇼핑몰을 더 세분화해 확실한 타깃층을 공략했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쇼핑몰 더현대닷컴과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투홈, 현대홈쇼핑의 현대H몰, 한섬의 더한섬닷컴, 현대리바트의 리바트몰,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몰 등이 그렇다.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백화점은 유통업의 대목이기도 한 하반기에도 실적 전망이 밝다. 아직은 저조한 면세점도 중국 도시 봉쇄 조치가 완화되는 추세인 데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가 추석 전부터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되면서 하반기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사업 전반이 7월에도 2분기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 "면세점도 3분기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나 MD개편 등을 통해 4분기부터는 영업적자 규모가 유의미한 개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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