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예수회 영성 핵심 ‘영신수련’...삶의 난관 성찰·식별로 극복

예수회 영성 핵심 ‘영신수련’...삶의 난관 성찰·식별로 극복

기사승인 2022. 08. 29. 11:1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예수회 창시자 이냐시오 성인이 남긴 가르침
'하느님의 해병대' 예수회원으로 만드는 훈련
4주간 관상..."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
clip20220824100140
예수회를 설립한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1491~1556년)를 그린 피터 폴 루벤스의 유화. 그는 자신의 영적체험과 수행법을 후배 회원들에게 '영신수련'이란 이름으로 남겼다./출처=한국천주교, 예수회 한국관구
예수회가 다른 천주교(로마 가톨릭) 수도회와 다른 점은 독특한 영성수행 전통인 '영신수련(靈神修練)'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것이다. 간단히 '수련'이라고도 부르는 영신수련은 예수회 설립자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1491~1556년)가 자신의 영성체험과 수행법을 후배 회원의 지도를 위해 지침서(1541년 공식 출간)로 남긴 데서 유래했다.

천주교에선 영신수련을 두고 예수회원을 예수회원답게 만드는 수련법이라고 말한다. 영신수련은 4단계 또는 4주간의 피정(避靜·일상에서 벗어나 묵상과 기도에 집중하는 활동)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첫째 주간에는 세상의 죄와 자신의 죄를 성찰하고, 둘째 주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부터 예루살렘 입성까지, 셋째 주간에 그리스도의 수난, 넷째 주간에는 예수의 부활과 성령강림을 관상(觀想·contemplation)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관상함으로 좀 더 그리스도의 길에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의도다.

3대 예수회 한국관구장을 역임하고 영신수련 해설서를 낸 정제천(요한) 신부는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이 부활한 후에서야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본 사도들의 체험과 깨달음에서 출발했다"며 "영신수련은 성경을 소재로 해 현대인들의 코드인 '내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매력적인 수련법이다. 일상을 거룩하게 살고,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섬기려는 열망을 키워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동부 관구(USA East Province) 소속이면서 유명 작가인 제임스 마틴 신부는 영신수련을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Finding God in All Things)'와 '활동 중 관상(觀想·contemplation)하기'로 표현했다. 이를 위한 방법은 영신수련의 핵심인 '양심성찰'과 '식별'이다.

예수회원들은 매일 그날에 있었던 일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요구받는다. 설사 수행 중인 사도직이 바쁠지라도 아주 짧은 시간, 단 한번의 성찰이라도 해야 한다. 예수회에선 성찰을 영신수련의 출발점이 되는 기도로 본다. 성찰은 온갖 무질서한 애착을 없애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찾고 발견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즉 매일 성찰을 통해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식별'은 결정해야 하는 매 순간 하느님의 뜻에 맞는 선택을 하기 위한 사유 활동을 말한다. 이냐시오 성인은 자신의 저서 영신수련에서 식별의 요점을 어떤 생각이나 충동, 내적 이끌림이 성령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악신(惡神·spirits), 세속적이고 육체적인 열망에서 오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수회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식별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봤다. 교황은 2018년 6월 성소 주일 담화에서 "식별의 과정은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의 뜻이 담긴 시대의 징표를 읽는 것과도 연결돼 있다"며 식별 교육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별을 통해서 "주님의 위로와 거짓 예언자들의 값싼 힐링을 구별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성찰과 식별로 무장된 예수회원들은 천주교가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예수회원 사이에서는 세 명의 예수회원이 만나면 네 개의 다른 답이 나온다는 유머가 있을 정도로 예수회원들은 뛰어난 현장 대응력을 자랑한다. 예수회가 초기 동아시아·신대륙 선교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하느님의 해병대'라고 불린 원천에는 영신수련 훈련이 자리잡고 있다.

예수회원인 박종인(요한) 신부는 "활동 중 관상한다는 게 모순된 말처럼 느껴지지만, 예수회원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삶은 욕망과 성령 사이의 외줄타기 같은 긴장이 늘 따른다"며 "성찰과 식별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힘으로, 신자들에게 영신수련을 권하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신부의 말처럼 신자들도 영신수련 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서울 천주교 예수회센터와 순천 예수회 영성센터, 수원 예수회 말씀의집이 그런 장소다. 서울 천주교 예수회센터에선 사제들의 지도 아래 '영신수련에 의한 침묵피정'을 2박3일, 4박5일, 9박10일 프로그램으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영신수련 피정을 마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정기 강좌도 있다. 예수회 수련장 김형철(시메온) 신부의 지도 아래 서울서 9월 19일부터 강좌가 열린다.

clip20220829084037
예수회 한국관구장인 김용수(빠스칼) 신부가 예수회센터에서 2016년 2월11일~20일간 영신수련 8일 피정을 지도한 후 참가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서울·순천·수원에 있는 예수회센터에서 현재 영신수련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제공=예수회센터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