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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란 참외로 바라본 종자산업

[기고]노란 참외로 바라본 종자산업

기사승인 2022. 09. 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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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지원 원장 (1)
이지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장
우리나라에서 참외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재배역사가 길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노랗고 맛있는 참외는 다양한 유전자원을 활용한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의 결과물로 탄생했다.

개구리참외 등 1950년대 이전의 재래종 참외는 껍질 색과 모양이 다양하지만 지금의 참외에 비해 품질이 매우 나빴다.

현재 생산되는 참외의 외형인 황금색 바탕에 은백색 골을 가진 참외는 1957년 일본에서 도입된 멜론과 참외의 교잡종인 '은천참외'에서 비롯됐다.

'은천참외'는 재래종보다 겉모양이 좋고 당도가 높으며 생산성이 우수해 육종재료로 자주 사용되면서 1960년대까지 이 품종을 뿌리로 한 많은 품종이 개발됐다. 당시 참외를 먹어본 이들이라면 과거의 참외가 지금보다 훨씬 크고 종종 커다란 배꼽이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1970년대 우리 농업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는 시설재배를 통해 저온기에도 참외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결과 1980년대 초에는 참외 재배면적이 1만2000ha를 넘기도 하면서 이후 참외는 품질과 기술 면에서 확실하게 한국의 과채류로 자리매김했다.

원산지인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수집한 다양한 유전자원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재배하기 쉽고 당도가 높으며 식감이 좋을 뿐 아니라 색과 모양이 예쁜 오늘날의 한국형 참외 품종으로 육종됐다.

이 시대의 참외 육종 역사를 바꾼 대표적인 품종이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 육종회사 '흥농종묘'가 육성한 '금싸라기은천' 참외다. 이 품종이 우리나라 종자 개발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껍질 색, 당도 등 기존 품종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17년에 걸쳐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소비 성향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참외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데 우리의 참외 생산이 활발한 데에는 '금싸라기은천' 품종이 큰 역할을 했다.

유전자원 도입부터 우리 환경에 적합한 품종의 개발까지 이어진 참외 산업의 성장은 최근의 딸기처럼 종자가 산업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종자산업의 가치와 중요성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선진국들은 모두가 종자 강국이다. 그들은 일찍이 세계를 누비며 수많은 유전자원을 수집하여 생산성과 품질이 우수한 품종을 개발했고 이 결과 종자 강국의 입지를 선점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종자 강국은 아니지만 세계적 수준의 유전자원 보유와 함께 육종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기반에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전신인 중앙원예기술원에 우장춘 박사가 부임한 이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양성된 연구자들이 품종 개발을 이끌어온 역할이 크다.

종자산업의 경쟁력은 유전자원, 품종 개발 역량, 투자, 시장, 제도 등 다양한 요소가 선순환할 때 가능하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민·관의 첨단 육종 기술의 역량을 육성하면서 과감한 투자로 종자산업의 선순환 고리를 완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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