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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부동산 거품 붕괴, 2024년까지 깊어질 수도

[장용동 칼럼] 부동산 거품 붕괴, 2024년까지 깊어질 수도

기사승인 2022. 09.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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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파울 미국 연준(Fed) 의장의 잭슨홀 미팅에서의 9분 연설 후폭풍이 거세다. 금리를 더 높게 길게 가져가야 한다는 강성 발언 한마디가 슬금슬금 오르던 주가의 대폭락을 유발하면서 9월 이후 커진 긍정적 전망을 일시에 사그라뜨렸다. 연준의 높은 금리 인상을 애써 인플레, 물가를 잡기 위한 제스처 정도로 생각한 시장 전문가들이 물가 등 통계 수치가 다소 낮아지고 경제 침체를 감안, 연성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과거 경험을 되새겨보면 부동산시장은 자산시장에서 경제 환경 변화의 영향을 가장 늦게 받는다. 70년대 이후 2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는 물론 1998년 외환위기,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부동산은 채권·주식시장에 이어 후행적으로 침체와 상승을 겪은 바 있다.

최근 미국의 자산시장 붕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20년 0.53%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3.47%까지 오르는 등 채권 가격이 폭락한 상황이며 주식시장 역시 30%가량 (나스닥 가준) 폭락, 심각한 위기로 몰리고 있다. 이러한 자산시장 거품붕괴는 부동산으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 10년간 20개 도시 평균 상승률이 무려 128%에 달해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로 세계 경제위기를 초래한 상황 때보다 더 많이 오른 부동산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연이어 금리가 오르자 모기지 금융지수가 급락하는 추세다.

우리도 이러한 자산시장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부동산 경기와 가장 밀접한 국내 경기가 향후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데 별 이견이 없다. 경기선행지수를 감안하면 현재 국내 경기는 수축국면 초기로 판단된다. 과거 우리 경기순환 사이클을 보면 짧게는 11개월, 길게는 33개월이 걸려 평균 19개월 정도 순환 주기를 가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현재의 경제위기는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의 특수상황이고 유동성을 풀어 자산시장 거품을 유발한 것을 참작한다면 회복까지는 평균 순환 기간을 크게 웃돌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보면 빨라야 2023년 말, 길어지면 2024년이나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가격 역시 과거 위기 경험으로 본다면 많게는 30~40% 정도, 적어도 10% 이상 하락하고 지역도 무차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강남 등 똘똘한 한 채 중심으로 가격 거품이 크게 유발된 만큼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할 공산이 없지 않다.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가격 폭락은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 한다. 다른 자산보다 레버리지 효과가 큰 만큼 금융시장이 우선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거품 붕괴에 따른 대출 부도 발생으로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불가피하며 이는 바로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 거센 후폭풍을 유발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서막이 바로 지난 1992년 광란 지가 붕괴에 따른 주은은행 등 20여 개의 은행 부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더구나 고금리, 가계부채, 인구구조 변화 등은 일본 위기 때와 흡사하다.

거품 붕괴 후유증은 우선 최근 4~5년간 급팽창을 거듭해온 시중은행을 비롯해 저축 은행, 증권사, 신탁사 등을 위험에 빠뜨릴 공산이 크다. 부동산 PF로 덩치로 부풀려왔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거래 부진에 따른 개인 파산을 비롯해 입주 지연, 하우스 푸어, 깡통전세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하는데 이어 건설회사 등 부동산을 둘러싼 기업의 부도, 심지어 이사짐센타, 인테리어업체, 부동산 중개업소의 경영난까지 부동산 거품 붕괴의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무엇보다 영끌 등으로 대표되는 빚내서 내집 마련에 나선 선한(?) 가구의 고통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물론 개인 가구들은 고난의 시작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확 풀어 민간의 동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금융부실, 취약계층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개인의 경우 신중히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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