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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선일스님 사퇴...군승 부족 도화선 돼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선일스님 사퇴...군승 부족 도화선 돼

기사승인 2022. 09. 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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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일스님, 독신 규정 폐지 주장으로 징계받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군승 정원 채우지 못해
출가자 줄고...독신자인 승려는 군종장교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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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학생군사학교에 입교해 12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육군 종합행정학교에서 임관한 7명의 신임 군승에 대한 신고식이 지난 7월 13일에 진행됐다. 이날 전 군종특별교구장 선일스님(가운데)과 신임 군승들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방문해 군승으로 의무를 다할 것을 약속했다./출처=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
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선일스님이 군승(軍僧) 충원 문제를 두고 종단과 갈등을 빚다가 스스로 물러났다. 현재 조계종은 출가자 감소와 함께 군승 모집 또한 어려워지면서 이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결국 군승 확보를 위해 조계종 입장에선 과한 독신 의무 폐지 주장까지 나왔고 교구장이 이 발언으로 물러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12일 불교계에 따르면 선일스님은 지난 6일 사직서를 조계종 총무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일스님은 군승장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군종교구장 직을 오늘부로 사퇴한다"면서 "그동안 후배 군승 여러분들을 위해 도와드린 것도 없고, 봉사한다고 노력은 했지만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군종교구장 직무대행은 부교구장인 능원스님이 맡는다.

선일스님은 지난 5일 군승 충원 방식을 둘러싼 문제로 종단과 갈등을 겪다가 결국 조계종 중앙징계위원회로부터 직무 정지 조치를 받았다.

군승 충원에 적극적이었던 선일스님은 "군승 감소에 따라 타종단 스님들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군승의 독신의무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종단의 큰 반발을 샀다. 특히 중앙징계위는 군승 모집 규정 가운데 독신규정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종단 정체성 자체를 부정했다고 판단했다. 조계종은 설립 초기부터 대처승 정화 문제로 시끄러웠던 탓에 독신 출가자 중심의 공동체(僧伽)를 종단의 생명처럼 여기는 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133명의 군승이 380여 곳의 법당에서 근무하고 있다. 법당에 비해 군승이 부족한 셈이다. 더구나 2022년 국방부가 정한 신임 군종장교 정원을 보면, 불교의 경우 군승 정원 18명 가운데 8명만 확보해서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제대하는 인원에 맞춰 매년 새롭게 임관할 군승을 뽑는데, 조계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반면 개신교의 경우 무려 10대 1의 경쟁률로 군목 18명을 채웠고, 천주교도 군신부 14명 정원을 모두 채웠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향후 국방부 차원에서 군승 정원 감소와 같은 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선일스님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출가수행자의 감소와 현행 군승 제도의 도입으로 군승 법사 수급에 어려움이 있고, 종립학교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군승 법사로 신청하는 예가 전무한 상태"라며 "시대변화에 맞게 군승 수급 문제를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군승의 독신 규정을 폐지하자는 스님의 주장이 나온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군승 부족의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출가자 수 감소다. 군승요원 지원 자격 중 하나인 사미·사미니계 승적 이상인 스님을 판단하는 사미·사미니계 수계자를 보면 2009년에는 280여 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절반인 140여 명에 불과하다. 2022년 봄 수계에서는 단 35명 만이 계를 받았다. 출가자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군승 지원자는 더 줄 수 수밖에 없는 셈이다.

조계종의 한 스님은 "독신 수행자와 가정을 가진 성직자의 차이가 군종장교에서 나는 것"이라며 "젊은 목사의 입장에선 군목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좋은 보직이겠지만 젊은 승려들에게는 아니다. 젊은 스님들이 출가를 결정했을 때는 어려운 결심을 한 거다. 국방부 소속 군인이 되려고 했다면 애초에 출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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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육군 종합행정학교에서 임관한 7명의 신임 군승에 대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다./출처=조계종 군종특별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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