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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핵정책법과 맞춤형억제의 승자는?

[칼럼] 핵정책법과 맞춤형억제의 승자는?

기사승인 2022. 09.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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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석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사무총장·국민대 겸임교수
이흥석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사무총장
이흥석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사무총장·국민대 겸임교수
북한이 공세적인 핵 행보로 국제정치에서 핵을 재소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이후 핵·경제 병진정책을 추진,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는 법령 '핵무력정책에 대하여'(핵무력정책법)을 채택했다.

핵무력정책법은 2013년 4월에 만든 법령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공히 할 데 대하여'를 대체한다. 김씨 3대가 70여 년간 달성한 핵무력을 사용·관리·통제하기 위한 세부 지침을 담고 있다. 핵무력정책법은 핵무기를 응징보복 중심에서 전쟁에서의 결정적 승리를 도모하는 실전전력(war-fighting capability)으로 실행할 수 있는 사용조건과 지휘통제 분야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특히 핵무기 사용조건에서 임박·필요·불가피한 상황 등 상대방의 핵공격이나 재래식공격과 상관없이 포괄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자의적 조건을 명시했다. 지휘통제분야는 핵지휘통제체계가 절멸된 상황에서도 자동 핵타격을 명시하고 있다. 소위 죽은 손(Dead Hand) 프로토콜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핵전력)과 한·미동맹(재래식전력)에 대한 이중열세(dual-inferiority)를 상쇄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핵사용 문턱을 낮게 설정한 것이다. 억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세적 법령을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핵무기를 실전전력으로 활용하는 북한식 강압전략을 구상한 것인데, 이미 북한이 강압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전략핵과 전술핵을 겸비하고 있어 우발적 핵사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대안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맞춤형억제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억제의 신뢰성은 능력과 의지가 결합돼야 한다. 능력은 핵·재래식전력이지만 핵전력이 핵심적 수단이다. 최근 한·미가 확장억제협의체를 재가동하면서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하는 것은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의지도 중요하다. 억제가 상대방의 심리에 작용해 하고자 하는 것을 막는 것에 있다면 확장억제 제공국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은 신뢰성을 배가할 수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 등 미국 고위급인사의 확장억제 공약은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유의미한 행보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다양한 정치군사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확장억제의 신뢰성, 소위 '찢어진 핵우산' 또는 실질적 작동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배경에는 NATO와는 달리 한반도에는 핵전력이 상시 배치되지 않고, 미 본토를 기반으로 필요한 전력을 전개해 운용하는 역동적 전력운용태세(DFE)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괴롭히기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둘째 한국형 3축체계의 완전성을 단기간에 갖춰야 한다. 한국형 3축체계는 거부적억제와 응징적억제를 지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핵은 핵으로만 대응가능하다는 논리로 비핵기반 억제인 한국형 3축체계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한국형 3축체계가 역내억제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휘통제능력, 정보감시능력, 정밀타격능력 등 모든 분야의 실행력을 단기간내 확충하는 노력이 긴요하다. 셋째 핵무력정책법은 우발적 핵사용 위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정치군사적 행보에 대해 북한의 편향과 오인식을 방지하는 다양한 채널을 유지하고 소통하는 외교적 행보가 필요하다.

북한 핵무력정책법은 하드웨어인 핵미사일 고도화를 작동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인 핵교리와 태세를 최신버전으로 패치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상쇄할 수 있도록 확장억제의 유연성과 대응 가능성을 확장하면서, 한·미연합군도 핵 및 재래식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연합작전태세를 보장하는 등 한·미동맹의 버전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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