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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열흘간 세 차례 ‘물가 10월 정점론’ 강조한 정부

[기자의눈] 열흘간 세 차례 ‘물가 10월 정점론’ 강조한 정부

기사승인 2022. 09.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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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차민
▲경제정책부 손차민 기자
정부가 최근 열흘 동안 '물가 상승세는 10월이면 정점'이라고 세 차례나 강조했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물가 추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낙관적인 시각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지난 2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엔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현재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당초 추 부총리는 지난 7월부터 물가 상승세의 정점을 9월 초인 추석 이후라고 언급해왔다. 하지만 9월 말이 오고 10월을 앞둔 현재에도 물가 불안이 커지자, 최근에는 9월 한 달에만 세 차례에 걸쳐 '물가 10월 정점론'을 강조하며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추 부총리의 시각과 달리 최근 물가 상승세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3월 4%대에 올라선 이후 5월 5.4%, 6월 6.0%, 7월 6.3%의 높은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지난달 5.7%로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향후 물가를 예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건 환율 변동성 탓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유지 중이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수입 물가가 급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석유 등 대다수의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어 수입 물가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상당하다.

고환율이 당분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 부총리의 '물가 10월 정점'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물가에 대한 시각차는 크다. 기재부와 달리 한국은행은 높은 오름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위기감이 없는 태도로 물가 상황을 바라보다 최악의 경우 민생 대책을 적기에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10월이 물가의 정점이었는지 여부는 시간이 지나서 평가될 것이다. 정부의 호언장담에 걸맞게 고물가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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