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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청년 주거 안정, 특단의 패키지 대책 필요

[장용동 칼럼] 청년 주거 안정, 특단의 패키지 대책 필요

기사승인 2022. 09.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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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글로벌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점차 돈 줄이 말라간다. 통화량 증가율이 7개월 연속 줄어들었다는 것은 현금이 귀해지고, 이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애처로운 계층이 이른바 청년층이다. 지난 3~4년 동안 집값 급등 속에서 '영끌 내집 마련'에 나선 후유증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영원한 셋방으로 이리저리로 헤매는 이방인이 되어야 하는가. 청년 주거난은 곧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데 또 다른 심각성이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악몽 속에서 셋집 청년층의 고뇌는 깊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주거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 이른바 주거권(Housing rights)을 가진다. (주거기본법 제2조) 유엔 인권위원회는 적절한 주거 구성 요소로 점유의 법적 안정성, 전기 등 공공서비스와 지역사회 편익 시설을 이용할 권리, 저렴한 주택 공급과 적정 가격 및 임대료, 추위 등을 막을 수 있는 적절 공간과 수준, 접근 가능하고 안전 확보, 의료 등 사회서비스 및 생활 편익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위치, 문화적 특성 확보 등 7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열악한 청년층(19~39세) 주거권 확보에 일찍이 눈을 뜬 유럽에서는 청년 우선 주택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 실행 중이다. 영국은 청년 특성에 걸맞은 맞춤형 모델을 채택하고 2017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웨스트 마들랜즈와 리버풀, 맨체스터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스웨덴 역시 청년 주거권 보장과 주거 안정을 위해 협동주택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미국·노르웨이·덴마크·프랑스 등에서도 청년 우선 주택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노력은 청년·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반란(strike)에 힘입은 바 크다. 예컨대 2015년 영국 런던대학교(UCL)의 집세 지불 거부운동의 경우 60명으로 시작된 대학생 스트라이크에 1000명이 참가하면서 타 대학으로 확산했고 많은 대학이 임대료 삭감 캠페인을 벌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 뉴욕에서도 1907년 16세의 봉제공을 중심으로 렌트 스트라이크가 발생, 60~70년대까지 임대료 상승과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 요구 집회가 지속된 바 있다.

이외에도 스페인을 비롯해 남아프리카·북아일랜드 등 많은 국가에서 이러한 집회가 이어지면서 청년 주거 안정 프로그램이 확대 시행되고 있다. 청년인구 비중이 날로 줄어 29% 수준에 불과한 청년층의 주거난이 더욱 심각해져 가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보면 고공 임대료를 비롯해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불만과 경고의 움직임이 특단의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청년 주거권 등 주거 문제를 개인적 책임이라는 관점을 배제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적,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거 문제를 놓고 젊은층과 노령층의 우선순위 논쟁을 벌이거나 이를 정치적 이슈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 들어 시행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 확대 건설 등은 긍정적이나 공급과 함께 청년에 걸맞은 주거 서비스와 문화적 특성을 아울러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청년 주거복지 프로그램의 확대와 주거 서비스의 질적 개선, 맞춤형 서비스의 개발과 확대 시행이 절대 요구된다. 청년 세입자 등의 철거나 퇴거는 적정한 대안적 주거를 마련된 이후에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처 마련이 선행되는 게 당연하다.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 구축 역시 화급한 일이다. 중앙과 지방, 민간 간의 주거권 확보를 위한 협력을 통해 저렴한 주택 공급은 물론 적정 주거 확보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각 지자체, 지방공사 간의 엇박자를 해소하고 수요자의 혼란을 막는 길이다.

주거권 침해 방지와 적정 주거 확보를 위한 가칭 주거권협의회 같은 민관협력기구 활성화도 바람직하다. 주택 가격 안정기에 1인 가구와 저출산에 대응한 청년 주거 안정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고 효율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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