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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공습에 전세계 충격·규탄…자존심 구긴 푸틴, 절박했나

키이우 공습에 전세계 충격·규탄…자존심 구긴 푸틴, 절박했나

기사승인 2022. 10. 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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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RAINE-CRISIS/KYIV-BLAST <YONHAP NO-3803> (REUTERS)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이 벌어지면서 도시 곳곳이 파괴되고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의료진이 불길에 휩싸인 차량 앞을 지나는 모습./사진=로이터 연합
러시아가 크름대교 폭파에 대한 보복 대응으로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주요 지역에 미사일 공습을 감행하자 국제사회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규탄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을 천명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은 키이우를 비롯해 르비우, 드니프로, 자포리자, 수미, 하르키우 등 전방위에 걸쳐 이뤄졌다. 현재까지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했으며 미사일이 변전소와 화력발전소 등 주요 기반 시설에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정전이 잇따르기도 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폭격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러시아를 규탄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상대로 시작한 불법전쟁의 잔인함을 다시 보여준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조국과 자유를 지키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은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만행"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추가적 군사 지원이 보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7개국(G7)은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긴급 화상회담을 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공습을 퍼부은 배경을 두고 서방에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우크라이나 침공 8개월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군 내부에서 불만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크름대교가 파괴되면서 푸틴이 상처받은 자존심에 대한 절박한 답변으로 공습을 감행했다는 진단이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지금 푸틴이 하고 있는 것은 개인적 복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푸틴은 전투 패배로 절박한 상황이며 전황을 유리하게 바꾸려고 미사일 공포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역사적 사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감정이 이성을 앞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면전을 원하는 국내 강경파를 달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러시아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러시아 내 전쟁 지지 세력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이를 무마시킬 결정적 '한 방'이 필요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크름대교 폭발 이후 매파 언론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가 "우크라이나를 관대하게 대해 러시아가 고통받고 있다"고 말하는 등 무자비한 복수를 주문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러시아 정치 평론가 아바스 갈리야모프는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공습은 러시아 내 정치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푸틴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지배계층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러시아 내 강경파들은 이번 공습에 환호하며 전황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근 러시아군 수뇌부를 비판했던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은 공습에 대해 "100% 만족한다"며 "젤렌스키, 도망쳐"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다. 러시아 종군 기자 알렉산드르 코츠는 "일시적인 보복이 아닌 새로운 전쟁 체계이길 바란다"며 우크라이나가 국가의 기능을 상실할 때까지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은 지난 8일 새로운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세르게이 수로비킨의 첫 번째 결정이다. 수로비킨 사령관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전장에서 부패와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악명 높은 대표적 강경파 인물이다. 푸틴 대통령이 수로비킨 사령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친러 성향의 벨라루스의 참전 가능성도 고조된다.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서쪽 접경지역에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합동 기동부대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러시아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해 온 벨라루스가 본격적으로 참전할 경우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도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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