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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사회복지재단 보인스님 “따뜻한 후원금 무섭기까지 해”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보인스님 “따뜻한 후원금 무섭기까지 해”

기사승인 2022. 11. 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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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대표이사,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인터뷰
"원조받는 나라서 이제는 다른 나라 도울 때"
조계종 보안스님 인터뷰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재단이 걸어온 길을 설명하고 있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보인스님./김현우 기자 cjswo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한국불교의 대표 종단인 조계종이 불교의 자비행을 실천하기 위해서 1995년 2월에 설립한 곳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당연직 이사장이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보인스님이 대표이사, 해공스님이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스님들은 재가자 실무자들과 함께 전문적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난치병 환자 돕기, 노인복지, 사회적 약자 보호, 국내·외 긴급재난 구호 등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음은 대표이사 보인스님과의 일문일답이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법주사 승가대학을 나와서 양평 용문사 주지(2014~2018)를 역임했고 2018년 12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2021년 2월부터 재단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그리고 현재 제17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다. 종단의 사회복지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고 있지만, 출가자의 기본은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

-재단을 소개해달라.

"우리 재단은 조계종에서 더 많은 이들을 구휼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등불이 되고자 1995년 2월 25일 설립됐다. 현재 180여 개의 다양한 사회복지시설 운영과 국내·외 도움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에 자비나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참담한 상황에서 서구 선진국의 지원을 받는 천주교·기독교 단체들이 복지의 사각지대를 책임졌다. 불교는 한발 늦었다. 비구·대처승 분규로 종단이 정비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전 총무원장 월주스님 같은 선지자 스님들이 나서면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에 눈을 돌리게 됐다. 경북 울진 산불이나 네팔 지진 같은 긴급재난 상황에서 성금을 모으고 구호 방안을 찾는 것도 우리의 일이다. 울진 산불의 경우 직원들이 현장조사를 통해서 밥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울진 갔더니 군수님이 전국에서 쌀은 많이 오는데 정작 밥 지을 밥솥이나 없어서 난감하다고 말씀하셨다. 이처럼 제대로 된 복지를 위해선 현장의 문제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실무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복지재단은 투명성과 신뢰성이 생명인 것 같다.

"법에 따라 매년 1회 이상 재단 산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사(지도점검)을 통해 행정·노무·회계 등 전반사항을 점검해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시설장 임용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복지현장 책임자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복지재단 자체도 매년 공식 회계감사를 통한 투명한 후원금품 사용내역을 정기적으로 공지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기부금품법에 따라 지정후원금을 용도에 맞추어 집행하고 있다. 장기후원자 또는 100만원 이상 주신 분은 대표이사인 내가 직접 전화해 감사함을 표한다."

-기억에 남는 후원자가 있다면.

"고액후원자인 한 소방관이 있다. 그는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들을 위해 후원을 시작하셨다. 늘 기부를 더 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신다. 이분은 불자도 아닐 뿐만 아니라 어떤 종교를 믿는 분도 아니다. 또한 어느 불자 노인 부부는 재단이 하는 일을 듣더니 모은 돈 2000만원을 조건없이 주셨다. 이런 따뜻한 마음이 담김 후원금을 받으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사람들을 보고 나면 절대 돈을 허투루 쓸 수 없다."

-대표이사 취임 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현장 실무자의 의견을 중요하고 보기에 실무자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우선순위 과제로 생각하는 건 해외원조다. 라오스나 미얀마에 가보면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어려웠던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2008년 실무자와 같이 미얀마에 갔는데 태풍 나르기스로 약 14만 명이나 죽었음에도 열악한 도로 상황 때문에 긴급구호 이후 피해지역을 돕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린 고생 끝에 현장에 도착해 구호활동을 했다. 마을에 대피소를 만들어주고 해일 대피 훈련도 시켜줬다. 그곳은 미얀마 정부도 방치한 곳이다보니 우리가 원조해주자 마을 전체가 고마움을 표시했다. 동네 아이들은 야생화를 꺾어서 주기도 했다. 원조를 더 해줘야 하는데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중단됐다.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재단을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은.

"예산의 한계로 긴급구호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 원조하지 못할 때나 앞서 얘기한 미얀마의 예처럼 원조 대상인 국가의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원조를 통제할 때 참 안타깝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원조가 중요한 이유는 절박함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복지의 사각지대라도 생명이 위협 받는 일은 드물다. 해외의 경우 원조가 끊기면 지원받는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린다."

-불교는 보시(조건 없는 베풂)를 중요한 덕목으로 본다. 보시의 관점으로 재단 후원을 권한다면.

"어렸을 때부터 염두에 둔 말이 있다. 신라 고승 원효스님이 말씀하신 '자비보시 시법왕자(慈悲布施 是法王子·자비와 보시가 불법의 으뜸)'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 욕망이 차면 욕망을 더 늘리는 경향이 있는데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성년이 되기 전에 출가하려다 절에서 받아주지 않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며칠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때 기차역에서 아이가 떨어뜨린 비스킷을 먹었는데 그때 먹은 비스킷 맛이 지금도 기억난다. 지금 더 좋은 것을 먹는다고 해도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할 것이다. 결국 욕망이 문제다."

-후원으로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앞서 말한 소방관은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아이들이 바르게 큰다는 믿음이 있다. 비종교인이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들이 나보다 더 훌륭하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은 분 중에서도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분들은 남을 도우면서 자기가 생명력을 얻는다고 말한다.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 이게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씀하시더라. 자원봉사자들은 항상 표정이 밝다. 이런 게 가피(加被·부처나 보살이 힘을 주는 것)나 복을 받는 게 아닐까."

-신자 또는 비종교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면 마음이 열린다. 탐욕이나 분노의 마음은 바늘 하나 안 들어가지만 남을 위한 마음은 바다를 포용한다. 따뜻한 마음이 있으면 우리 사회가 덜 아프지 않겠나. 모두가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구호에 나설 필요는 없다.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돕는 데 함께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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