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특별기고] ‘신문 키즈’가 바라본 포털 뉴스의 폐해

[특별기고] ‘신문 키즈’가 바라본 포털 뉴스의 폐해

기사승인 2022. 12. 02. 21:1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포털의 뉴스 서비스 도입 20년, 모든 걸 바꿔놔
'플랫폼 독점'으로 '신문 개성' 드러내던 편집권 박탈
언론의 포털 종속, 지금이라도 되돌리려 노력해야
KakaoTalk_20221120_134541203_01
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법률사무소 선율 변호사
창업과 혁신에 대한 무분별한 찬양,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의 유령이 떠도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스타트업 코리아의 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위기와 함께 풍성하게 공급된 시장의 유동성 자금은 각종 장밋빛 전망을 기반으로 한 소위 스타트업 혁신 기업에 몰려들어 갔고, 성장성과 미래에 도취된 투자자들과 언론, 정부 기관들은 새로운 희망이라도 발견한 양 스타트업,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을 이어갔다.

이들은 자본이 주는 풍요로움에 도취된 나머지 플랫폼의 독점이 낳을 위험에 대한 경고와 플랫폼에 종속되어가는 구성 사업자들 및 노동자들의 신음, 그리고 이미 독점화가 진행된 시장에서 조금씩 손해를 보고 있는 소비자들의 불만에 귀를 닫고 플랫폼 스타트업의 길을 막는 모든 것을 적폐라고 외치며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모든 규제의 형해화를 주장하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러한 궤변의 시작은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의 뉴스 서비스가 도입되던 20여년 전부터라 할 수 있다. 20여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였고, 대부분의 언론사 역시 자사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야후 등 다국적 포털 사이트의 상륙에 대응해 네이버·다음 등 순수 국내 포털 사이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는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그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사이트로서 일종의 인터넷 정보 플랫폼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인터넷 시대 초기 국내 포털 사이트들은 해외 유수의 포털 사이트들과 경쟁하며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뉴스 서비스를 하나의 화면에 모아 서비스하는 포털 뉴스 서비스를 개시했다. 신문의 독자들이 각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아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를 찾으면 네이버가 선택하고 선별한 언론사의 기사들을 무료로 접할 수 있게 됐다.

가판대나 구독을 통해 유료로 기사를 접해야만 했던 신문 독자들에게 커다란 혁신으로 다가왔다. 신문사들 역시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공급하며 포털 사이트로부터 받는 기사 전재료 등이 매출에 도움이 되면서 처음에는 오히려 이러한 변화를 환영했다.

그러나 폐해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매일같이 시중에 발행되는 일간지 3~4종은 읽었던 신문키즈였던 나는 신문 가판대에 전시된 각 신문의 1면 헤드라인을 살피며 각 신문의 개성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신문의 기조를 결정짓는 편집권이 온전히 신문사들에 맡겨져 있었기에 신문사들은 1면 헤드라인에서부터 자신들만의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며 복수의 신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풍성한 지적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치는 동아, 사회는 한국, 문화는 조선'과 같은 각 신문사의 강점이 키워질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저널리즘 또한 풍성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는 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신문의 개성을 드러내는 편집권은 각 신문사에서 박탈되어 정보 플랫폼인 포털 사이트가 완전히 독점하게 됐고, 포털 사이트 뉴스 페이지에 게재되는 언론사를 선별할 수 있는 막대한 권력까지 지니게 되었다.

1980년대 신군부도 하지 못한 언론에 대한 완벽한 통제와 장악을 자본과 독점 그리고 기술의 힘으로 포털 사이트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언론사들은 무의미한 클릭 수와 노출 수에 매몰되어 낚시성 표제를 단 저질 기사를 양산하고, 깊이 있는 탐사보도보다는 선정적인 속보 경쟁에 몰두하면서 각 신문이 가지고 있던 개성마저 잃어버리게 됐다.

일찍이 권력에 맞서 언론의 독립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 온 김중배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1991년 동아일보를 퇴사하며 "언론은 이제 권력과의 싸움에서보다,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김중배 선언'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이야기 이후 불과 30년 만에 우리 언론은 대자본으로 성장한 포털에 의해 완전히 종속되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그 속도를 늦추거나 되돌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변화는 자본에 의한 완벽한 언론 종속이라는 비가역적 변화로 굳어질 것이 분명하다.

포털 뉴스에서 시작된 플랫폼과 자본의 독점적 시장 장악 시도를 미처 알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에 더해, 지금 이 순간에도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이 시대 마지막 참 언론인들의 용기에 응원의 목소리를 전한다.

◇박상수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학부 졸업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전 한진칼 준법지원인
·전 대한변호사협회 감사
·법률사무소 선율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올바른플랫폼정책연대 운영위원장)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