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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최후 순간 담긴 류성룡 달력, 일본서 귀환

이순신 최후 순간 담긴 류성룡 달력, 일본서 귀환

기사승인 2022. 11. 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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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일상 기록한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 공개
경자 표지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 표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사 정황에 대한 내용이 쓰여 있다./제공=문화재청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에 오른 문신이자 '징비록'의 저자인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달력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를 지난 9월 국내에 들여왔다고 24일 밝혔다.

'대통력'은 오늘날의 달력에 해당하는 책력이다. 농사를 짓는 데 유용하게 쓰였고 일상에서도 많이 활용했다. 책자 형태로 돼 있어 날짜 옆에 일정이나 개인적인 생각 등을 적기도 했는데 일종의 다이어리와 비슷했다.

이번에 돌아온 대통력은 경자년(1600년) 한 해의 기록을 담고 있다. 대통력은 국내에 남아있는 유물이 많지 않은데, 경자년 대통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물 크기는 가로 20㎝, 세로 38㎝로 흔히 쓰는 A4 종이보다 조금 길다. 책자에는 먹물로 쓴 글씨를 뜻하는 묵서, 붉은색의 주서 등으로 그날의 날씨, 약속, 병의 증상과 처방 등이 적혀 있다. 글이 적힌 날짜를 세어 보면 총 203일로, 지금으로부터 422년 전 일상을 기록했다.

문화재청은 "기재된 필적과 주로 언급되는 인물, 사건 정보 등을 토대로 류성룡의 연대기가 기록된 '서애선생연보' 등을 검토한 결과 그의 수택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수택본은 소장자가 가까이 두고 자주 이용해 손때가 묻은 책을 뜻한다.

이번 대통력은 임진왜란 당시 군사 전략가로 활약한 류성룡이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데다 그 안에 담긴 내용상으로도 사료적 가치가 클 것으로 보인다.

별도 표지 없이 종이를 사용해 임시로 책을 매어둔 표지에는 총 83자가 남아있다. 이 글에는 '여해'(汝諧)라는 이름과 함께 '전쟁하는 날에 직접 시석(矢石·화살과 돌)을 무릅쓰자, 부장들이 진두지휘하는 것을 만류하며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해는 이순신의 자(字), 즉 충무공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이어진 글은 '직접 출전해 전쟁을 독려하다가 이윽고 날아온 탄환을 맞고 전사했다'고 번역할 수 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주변의 만류에도 전장에서 지휘하다 전사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류성룡과 이순신이 지금의 서울 중구 인현동에 해당하는 '한양 건천동'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대목이다.

대통력은 일본인 소장자가 2년 전 경매를 통해 사들였는데, 김문경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올해 5월 관련 내용을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측에 알리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정보를 입수한 재단 등은 고전학자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에 자료 확인과 번역을 맡겼다. 약 두 달간 관련 내용을 검토한 끝에 이순신 장군 관련 기록 등이 확인됐고, 재단은 3차례의 평가위원회를 거쳐 유물을 확보했다. 유물 구입에는 복권기금을 활용했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향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안전하게 보존 관리하면서 조선의 과학 문화재와 함께 류성룡 관련 원천 자료로서 연구·전시 등에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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