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히잡 의문사’ 시위에 한 발짝 물러선 이란 정부…“눈속임 불과” 지적도

‘히잡 의문사’ 시위에 한 발짝 물러선 이란 정부…“눈속임 불과” 지적도

기사승인 2022. 12. 05. 15:4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SOCCER-WORLDCUP-WAL-IRN/REPORT <YONHAP NO-1380> (REUTERS)
지난달 25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이란과 웨일스의 경기가 진행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한 여성이 지난 9월 중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2개월째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자 이란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현지 반관영 뉴스통신 ISNA에 따르면 네자모딘 무사비 의원은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등 고위 관리들과 비공개 회동한 후 "정부와 의회는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한 국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폭동을 멈추고 안정을 되찾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명 '도덕 경찰'로 불리는 지도 순찰대의 폐쇄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검찰총장은 "지도 순찰대는 사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지도 순찰대 폐지 소식을 전했다.

2005년 만들어진 지도 순찰대는 히잡 착용 검사 등 풍속을 단속해왔다. 그러다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의문사 하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다.

아울러 지도 순찰대에 대한 비난 여론도 급증하자 시내의 지도 순찰대 규모가 감소하고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은 늘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지도층도 반정부 시위 진화를 위해 히잡 관련 규정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3일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이 이슬람을 기초로 세워졌다는 점은 헌법에 못 박혀 있다"면서도 "하지만 헌법을 유연하게 구현하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

2일에는 몬타제리 총장이 여성의 머리를 가리도록 한 법률의 개정에 대해 "의회와 사법부가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15일 내에 회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듯 하지만, 이는 시위 열기를 꺾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몬타제리 총장이 지도 순찰대의 폐지를 언급하긴 했지만, 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활동 중단이나 조직 폐지를 발표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지도 순찰대가 명칭만 바꿔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아랍걸프국연구소의 알리 알포네 수석 연구원은 "지도 순찰대 폐지 발표는 시위대 요구를 수용했다기보다 당장 국내 혼란을 진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1만8000여명이 체포되고 최소 470명이 사망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