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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소통하는 3~4세 회장님”…‘그룹 2인자’ 부회장 시대의 종언

“직접 소통하는 3~4세 회장님”…‘그룹 2인자’ 부회장 시대의 종언

기사승인 2022. 12. 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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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2인자'인 부회장 전성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젊은 3~4세 경영인이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임직원과 소통에 직접 나서고 있어서다. 과거 이병철·정주영 회장 시절처럼 오너의 마음을 그룹에 전달해주는 '2인자'에서 각 사업군의 리더로 부회장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10대그룹 부회장 승진자 단 2명
8일 재계에 따르면 10대그룹의 '2023년도 임원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는 최성안 삼성중공업 신임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단 두 명뿐이다.

최근까지 임원인사를 실시한 SK·현대자동차·LG·포스코·GS·현대중공업·신세계그룹 모두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그룹마다 부회장 승진자가 적게는 1~2명, 많게는 4명까지 배출됐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올해는 기존 부회장단이 대부분 유임됐다. 최성안 신임 부회장의 승진으로 삼성은 기존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한종희 DX부문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과 함께 4명의 부회장단이 완성됐다.

SK그룹은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회장 등이 대부분 유임됐다. SK는 10대그룹 최대 규모인 7명의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최측근인 윤여철 전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해 퇴진한 후 올해도 전문경영인 부회장은 나오지 않았다.

LG그룹은 권봉석 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3명의 부회장단 체재로 재편됐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1명 줄었다.

한화그룹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 최광호 한화 건설부문 부회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에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까지 4명의 부회장단이 꾸려졌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올해 승진은 추후 승계를 염두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가삼현 한국조선해양부회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체제를 내년까지 이어간다. 오너 일가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만큼 당분간 경영 성과 쌓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인자는 옛말, 리더십 갖춘 경영 전문가 발탁
부회장이 회장의 최측근이자 가신(家臣)이라는 것도 이젠 옛말이 됐다. 과거에는 회장의 뜻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각 계열사에 전달하는 '복심'((腹心)형 부회장이 적지 않았다. 삼성의 이학수 전 부회장의 경우 2인자를 뛰어넘는 '1.5인자'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각 그룹에서 부회장의 역할은 주요 사업의 리더에 가깝다. SK그룹은 화학, IT(정보기술)와 반도체, 에너지 사업지주사에 각각 부회장을 두고 있다. 롯데도 화학군과 유통군을 각각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올해 삼성그룹의 부회장 승진자인 최성안 부회장도 사업 수완을 검증받은 리더다. 최성안 부회장은 2018년부터 삼성엔지니어링을 이끌며 '적자 수주'를 없앤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최 부회장이 대표를 지낸 5년 간 삼성엔지니어링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그룹이 최 부회장을 승진시켜 7년째 적자인 삼성중공업에 배치한 것도 실력 발휘를 위해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3년 만에 부회장급 대표이사가 오면서 내부적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재계에선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이 줄고 있는 상황을 3~4세 경영인들이 회장직에 안착하면서 나타난 변화로 풀이한다. 4대그룹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모두 3~4세 경영인으로 사내 행사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임직원·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년 전 정의선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부회장단이 사라졌다. 정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제외하고 아버지 정몽구 회장 시절의 가신 그룹이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부회장 승진이 점쳐졌던 장재훈 현대차 사장 역시 올 승진자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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