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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부인과 의사 부족 대란…산모·아이들 안전 위협

호주, 산부인과 의사 부족 대란…산모·아이들 안전 위협

기사승인 2023. 01. 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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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부족에 자연출산 포기, 제왕절개 선택
산부인과 협회, 응급 상황 선언 해결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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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최근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한 지역 병원들이 분만실 운영을 중지하면서 산모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사진=퀸즐랜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임신 38주 차인 밀레나 씨는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약 500km 떨어진 글래드스톤에 살고 있다. 출산을 앞둔 그녀는 최근 자연 출산 대신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 약 6만 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에는 주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공립병원이 있지만, 산부인과 의사 부족으로 제왕절개 출산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연 출산을 할 수 있는 분만실이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은 100km나 떨어져 있다. 밀레나 씨는 그곳에 가던 도중 길거리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선택했다면서, 호주 지역 의료시스템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호주 주요 언론들은 17일(현지시간)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한 지역 병원들이 분만실 운영을 중지하면서 산모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의 여성들은 제왕절개를 하지 않는 한 현지에서 출산할 수 없으며, 아기를 분만하기 전이나 분만 중일 때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야 하기 때문이다.

글래드스톤 병원에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해진 것은 1년 전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4명의 산부인과 의사 중 두 명이 과도한 업무량으로 사직했다. 사직한 의사들은 위험에 처한 산모를 규모가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1시간 이상 차를 운전해야 했다며 환자와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립 병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주 정부 보건복지부는 새로운 의사 채용이 완료됐다며 분만실 운영이 곧 재개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페니 올먼페인 퀸즐랜드 상원의원은 의료진 부족이 출산 서비스를 넘어 지역 주민 삶의 다른 측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서 젊은 교사들 채용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 부족이 심각할 지경에 이르자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에게 적용됐던 규제를 없애는 비상 수단도 도입했다. 공립 병원에 일하는 의사들이 개인 휴가 기간을 이용해 다른 병원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의사들은 특별히 허가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 휴가 기간 중 다른 병원에서 진료하는 것이 금지돼 왔었다. 이들이 하루에 받는 임금은 한화 약 2백만 원에서 3백만 원으로 알려졌다.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 협회는 글래드스톤 사태를 응급 의료 상황으로 선언하고 의료 관련 모든 단체와 조직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노 페코라코 회장은 "우리가 지금 뭔가를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산부인과가 문을 닫을 것이며 한 번 문을 닫은 산부인과는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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