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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인삼공사 분리상장” 요구…KT&G “실익 적다” 거절

행동주의펀드 “인삼공사 분리상장” 요구…KT&G “실익 적다” 거절

기사승인 2023. 01. 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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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자사자 매입 증액 요구도 거절 "주주환원 계획 이행"
행동주의펀드, 올 3월 주총서 행동 개시 예고
KT&G "주주가치 제고 노력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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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가 지난 26일 서울시 성동구 상상플래닛에서 'KT&G 미래 비전 선포식'을 열고,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그룹 목표와 청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미래 비전 선포식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제공=KT&G
KT&G가 한국인삼공사(KGC)를 분리 상장해달라는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거절했다. 오히려 회사는 건강기능식품을 3대 핵심사업 중 하나로 설정했다. 양측의 샅바싸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KT&G에 따르면 방경만 수석부사장은 지난 26일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현 시점에서 인삼공사 분리 상장 추진은 장기적 기업가치 향상과 주주가치 제고 측면 모두 실익이 적다"며 "분리 상장을 한다면 기대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다소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양측의 샅바싸움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FCP가 지난해 10월 KT&G에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 다섯 가지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데 이어, 안다자산운용도 비슷한 시기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 및 재상장 등을 요구하면서부터다.

이후에도 행동주의 펀드들의 유사한 요구는 이어졌고, 지난 19일 FPC가 1% 이상의 주주제안 요건을 갖췄다며 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을 '2023년 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식 접수했다. FCP는 주당배당금 1만원, 주당 자사주 매입 1만원을 실행하기 위해선 총 2조32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러다보니 업계에선 이번 기업설명회를 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인삼공사 분리 상장 요구를 설명하기 위한 기업설명회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방 수석부사장은 해당 기업설명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에 대한 부분에 시간을 대부분 할애했다.

방 수석부사장은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시 KT&G와 공유한 시너지를 잃게 된다. 담배·인삼 재배 농민과의 관계, 정부 대응, 면세·대형채널 교섭력이 떨어지고 스마트팜 등 연구개발과 해외 네트워크 활용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또 "분할 상장 과정에서 적격 분할 요건을 미충족할 시 주주들이 부담할 세금이 늘어나고, 분할 비용을 고려하면 합산 시가총액이 기존보다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주당배당금 확대 카드를 꺼내며 주주달래기에 나섰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2021년부터 약 2조7500억원 규모의 3개년 주주환원 계획을 충실히 이행 중이며, 올해 주당배당금은 전년대비 200원 인상된 5000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전도 제시했다. 백복인 사장은 지난 26일 서울시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2027 KT&G 비전'을 공개하고 △NGP(Next Generation Products) △건강기능식품 △글로벌 궐련담배를 3대 핵심사업 축으로 한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NGP와 건기식을 회사의 핵심성장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KT&G 관계자는 "더 높은 미래성장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고 공격적인 투자와 혁신으로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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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복인 KT&G 사장(왼쪽 네 번째) 등 회사 임직원들이 지난 26일 서울시 성동구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KT&G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선포식 후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제공=KT&G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 같은 KT&G의 전략에 일제히 '유감'을 표시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이상현 FCP 대표는 "경영진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KT&G가 주인없이 20여년을 안주했는데 30년은 왜 안되냐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주주를 무시하는 악습은 올해를 끝으로 종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영진이 마치 KT&G는 자신들의 영토, 주주는 외부의 간섭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고질적인 '주객전도' 현상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FCP는 지난 19일 2023년 주주총회 안건을 공식 접수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다양한 주주의 목소리를 주총에서 듣는 것이지만. 3월에 정식으로 말할 때까지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주주들과 꾸준히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안다자산운용 측은 "KT&G의 3조9000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 방안은 환영하지만,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몇 가지 점에서는 KT&G 경영진이 사실을 왜곡해 주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삼공사가 인적분할해도 KT&G와의 협력관계가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되고, 상장 후에도 KT&G가 보유한 자사주로 인해서 최대주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안다자산운용의 주장이다.

안다자산운용 측은 "금융투자업계에선 KGC는 지속적으로 현금창출능력이 우수한 회사이며, 기업가치는 최소 2조 이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라며 "KGC가 자체적으로 자본을 조달하는데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방침이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투자본부 대표는 "KT&G 경영진은 회사의 현재 주가가 2008년 수준인 것에 대해 아무런 유감의 표시도 하지 않은 채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일반 주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최근 회사 주주명부를 확보해 일반 주주들의 의사를 취합해 KT&G 경영진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G는 기존 주주환원 계획 이행 완료 후 올 하반기에는 보다 확대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KT&G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주 및 투자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전체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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