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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딸 38년 돌보다 살해’ 선처 받은 엄마…검찰도 항소 포기

‘뇌병변 딸 38년 돌보다 살해’ 선처 받은 엄마…검찰도 항소 포기

기사승인 2023. 01. 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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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국가의 장애인·가족 지원 부족"…집유 선고
檢, 항소기간 마지막날까지 항소 안해
검찰
/박성일 기자
뇌병변 장애를 앓는 30대 딸을 38년간 돌보다 지쳐 그만 살해한 혐의로 법원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60대 어머니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법원의 선처 판단을 같이하겠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가 지난 19일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의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판결에 대해 항소 기간 마지막날까지 항소하지 않았다. 본안 사건의 항소 기간은 전날인 26일까지였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항소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이례적으로 따르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장기간 힘들게 장애인 딸을 돌보는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시민위원회가 지난 25일 '항소 부제기' 의견을 낸 점도 반영됐다. 해당 위원회는 교수, 시민단체 활동가, 가정폭력 상담사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구형 이유로는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검찰 측이 선처를 요구하면 유사 사건에서도 선처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징역 12년을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유사 판결이나 판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항소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1심 선고 당시 재판부도 "A씨는 38년이 넘도록 B씨를 돌봐 왔고,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하면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뒤따랐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의 장애인 및 그 가족에 대한 보호 및 지원 부족 또한 이 사건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 오로지 A씨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선처이유를 밝혔다.

다만 아무리 어머니라 하더라도 A씨에게 B씨의 생명을 처분하거나 결정할 권리는 없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는 앞으로 집행유예 기간 동안 별다른 추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형의 효력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됐다.

B씨는 뇌병변 1급의 중증 장애인으로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아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38년간 B씨를 돌봐온 A씨는 힘겹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B씨의 고통이 점차 심해지는 걸 지켜보며 자신도 상당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19일 결심공판에 최후진술로 "버틸 힘이 없었고, 60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으니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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