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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 회장, 쉰들러와 소송 최종 패소…대법 “1700억원 배상”

현정은 현대 회장, 쉰들러와 소송 최종 패소…대법 “1700억원 배상”

기사승인 2023. 03. 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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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 위해 파생금융상품 계약
주가하락으로 거액 손실…2대 주주 쉰들러 7000억 민사 제기
"현 회장, 이사로서 감시의무 소홀"…대법 원고 일부 승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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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정재훈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다국적 승강기 업체 쉰들러그룹과의 민사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현 회장이 회사 이사로서 파생금융상품 계약의 필요성이나 손실위험성 등에 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쉰들러가 현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배상하고, 한 전 대표도 이중 190억원만큼의 책임을 공동으로 져야 한다.

이 소송은 쉰들러가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2014년 시작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으로 5개 금융사에 우호지분 매입을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파생금융상품을 계약했다. 해당 파생상품은 현대상선의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나눠 갖고, 주가가 내려가면 회사 측이 손해를 보는 구조로 이뤄졌다.

파생상품 계약 체결 후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거액의 손실을 봤다. 2대 주주인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감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요청했으나 감사위가 답변하지 않자 직접 주주 대표 소송을 냈다.

1심은 현 회장 손을 들어줬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이 현 회장의 정상적인 경영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경영진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 내용이 합리적인 범위 안이라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반면 2심은 현 회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현 회장이 계약 체결 여부를 결의하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들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파생상품 계약 체결을 의결하는 것을 막지 않는 등 감시의무를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다만 해운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주가가 계속 내려가리라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의무 위반 정도에 비해 손해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진 점, 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책임을 제한했다.

대법원은 여기에 더해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의 이사'가 특정 계약을 체결할 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지켰는지를 판단할 법적 기준도 제시했다.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발행 신주를 인수할 경우 이사는 해당 계열사의 자기 회사 영업에 대한 기여도, 유상증자 참여로 인한 재정적 부담과 이익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의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 해소를 위해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상황에도 자기 회사의 이익·불이익 정도,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파생상품 계약을 이용해 제3자로 하여금 일정 기간 동안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하는 경우 회사 이사가 검토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에 관해 최초로 판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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