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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5학년, 야영 앞두고 들어오는 민원 상태… “선생님은 사직 고민 중”

초등 5학년, 야영 앞두고 들어오는 민원 상태… “선생님은 사직 고민 중”

기사승인 2023. 06. 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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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받은 민원 내용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제공=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옆 학교 초등 5학년 교실에 들어오는 신기한 민원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교사로 추정되는 글 작성자는 자신이 근무 중인 학교가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 받은 민원이라면서 사례를 소개했다.

작성자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1박으로 야영을 가기로 했다. 보통 장소는 지역 교육청 산하 기관이고, 날짜는 학교와 그 기관의 스케줄에 맞춰 전년도에 결정된다"라며 운을 뗐다.

글에 따르면 해당 초등학교 담임 교사들은 토요일을 이용해 야영장 사전 답사에 가기로 했다. 이때 일부 학부모가 교사들을 따라나서겠다고 했다. 답사에 동행한 학부모들은 "야영장 숙소가 마음에 안 든다", "취사장이 너무 원시적이다", "야영 프로그램이 너무 뻔한 것 아니냐?", "어떻게 아이들이 직접 밥을 할 수가 있냐?" 등 불만을 제기하며 야영지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 측에서는 "이미 계획된 날짜와 장소였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상황이고, 해당 야영지는 교육청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장소를 바꿔야 할 합당한 이유가 없다"라고 일단락하려고 했다. 그러자 한 학부모는 "야영장 근처에 숙소를 잡아 우리 아이는 따로 재우겠다"라고 주장했고, 다른 학부모들도 줄지어 "우리 아이도 그렇게 하겠다"라고 동조했다. 담임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민원을 상대하고,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실랑이 끝에 야영은 그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결국 야영을 시작한 후 진짜 문제가 발생했다. 야영을 시작한 학생들은 모둠을 만들어 밥을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한 모둠에서 식사 준비를 하다가 망쳤는데, 망친 아이가 토라져서 아무 음식도 안 먹었다. 그러면서 자기 전에 화장실에서 "밥도 못 먹었다. 배고파서 잠을 못 자겠다"라며 학부모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도 원래는 모두 수거하기로 했으나, 해당 학생은 몰래 다른 핸드폰을 가지고 와서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에 해당 부모가 야영장에 찾아왔고, 학교는 발칵 뒤집어졌다. 작성자는 "이 모든 게 한 교실에서만 발생한 일이다. 올해 3월 처음 발령받은 담임이라고 하는데 (의원)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야영장에서 일어난 사례로 소개된 글 일부 캡처 /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


해당 글의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사례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퍼지면서 여러 반응을 만들었다.


글이 올라온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선생님 고생이 많으시다", "정말 요즘은 부모가 자식을 망치는 시대인가 보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 "그냥 집에서 키우지. 학교는 왜 보내냐", "담임 선생님들도 경찰들처럼 보디캠이라도 달고 다녀야 할 듯", "'내 자식이 부족하거나 잘못했을 수 있다'라는 생각 자체를 요즘은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저 부모들이 선생들한테 시달려 본 세대라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 세대 교사들은 지금 대부분 다 퇴직했다", "부모가 극성인 걸 선생 탓으로 돌리지 마라" 등 반박을 받았다.

흔히 자녀의 학교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고,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를 칭하는 '헬리콥터 부모'라는 단어가 있다. 학교에서 자녀를 과잉보호하던 부모는 급기야 성인이 된 자녀의 직장에 찾아가는 사례를 보이기도 한다.

미국 킨 주립대 심리학과 닐 몽고메리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0년 미국 심리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헬리콥터 부모가 사람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보고했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자녀는 신경증을 보일 확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대학 신입생 300여 명에게 '부모가 나를 대신해 학교에 전화해서 문제를 해결한 적 있다', '연락 없이 이틀이 지나면 부모가 연락한다' 등을 질문했다. 설문 결과 약 10% 학생이 헬리콥터 부모를 뒀는데, 이 학생들은 새로운 생각이나 행동에 덜 개방적이며, 불안하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였다.

싱가포르 국립 대학교에서 2016년 연구한 결과에서도 과잉보호하고 간섭하는 부모를 둔 자녀들은 학업 성취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실수했을 때 더 자기 비판적이고, 불안해하거나, 우울해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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