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보쿰대학의 한 구내식당. 중국인 유학생들의 모습도 보인다. 유학생들은 과거 바다거북으로 불리면서 귀하신 몸으로 대접을 받았으나 지금은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징지르바오.
중국의 유학파 귀국 청년들이 최근 그야말로 폭발하는 실업 광풍에 할 말을 잃은 채 좌절하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도 이 현실은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전혀 예상 못한 현실에 낙담한 이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유학파 청년들은 금세기 초까지만 해도 하이구이(海龜·바다거북)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정말 귀하신 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학이 바로 이민으로 여겨지던 시절에는 해외에서 공부하고 들어온 고급 인력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대우도 엄청나게 좋았다. 학사 학위만 가지고 있어도 국내파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훨씬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는 귀국하기도 전에 취업하는 이른바 입도선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배우자로서의 인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선남선녀를 만나 누구나 부러워하는 꽃길을 걷는 것은 완전 자연스러운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었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그러나 이제 이같은 상황은 정말 머나먼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취업 시장에서 국내파보다 그다지 나을 것 없는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 옛날이여!"라는 말이 절로 터져나오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는 많다. 우선 정식 명칭이 하이구이(海歸·유학생 출신 귀국자)인 유학파들이 너무 많다. 1년에 최대 수십만 명씩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에서 이들의 스펙이 사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의 눈길도 과거와는 다르다. 하이구이 중 한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독일 보쿰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귀국한 하이구이 천민산(陳敏珊) 씨가 "요즘 해외에서 유학하고 왔다면 주위에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국내에서의 경쟁을 이기지 못해 도피성 유학을 갔다는 말만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라고 푸념하는 것은 이로 보면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천정을 뚫을 것 같은 기세인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도 거론할 수 있다. 최고 50%를 바라본다는 상황에서 사회 전반이 하이구이들을 살필 겨를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일부 하이구이들의 자질 부족, 국내파들보다 중국 내 사정에 밝지 못한 사실 등 역시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앞으로도 많은 하이구이들의 귀국 러시는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당연히 '귀국=실업'이라는 등식에 당황해하는 이들 역시 늘어난다고 해야 한다. 중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