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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되도록 시장가격에 ‘간섭’ 말라는 경제학자들의 오랜 충고

[칼럼] 되도록 시장가격에 ‘간섭’ 말라는 경제학자들의 오랜 충고

기사승인 2020. 12. 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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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전통적으로 주류 경제학자들은 시장에서 거래의 자유가 잘 보장될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원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방향으로 이동해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런 시장의 ‘자생적’ 과정에 간섭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낼 것인지 고민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립 조세(neutral tax)’의 아이디어였다. 국방 등을 위해 조세는 불가피한데 어떻게 과세를 하면 생산 등의 결정이 마치 과세가 없었을 때와 똑같이 될 것인지 고민했다.

물론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런 ‘중립 조세’의 이상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세를 매기는 순간, 아무리 모든 생산과 서비스에 비례적 세금을 매기더라도 ‘여가’를 누리려는 것에 대해서까지 과세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그런 비판가들도 이런 중립 조세의 이상을 위한 경제학자들의 노력 자체의 의미는 인정했다.

이런 경제학자들의 태도는 정부가 경제주체들 간 소득의 불평등의 완화를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생산과정에서 자원의 배분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정부가 경제주체들 간의 소득을 재분배한다고 하더라도, 되도록 생산과정의 자원분배가 영향을 받지 않게 하려고 했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 재화에 대한 사회의 수요가 늘어나서, 그 재화의 공급에 필요한 자원들이 이 분야로 들어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지진이 일어나서 도로와 교량이 파괴되어 이의 재건이 시급하다고 해보자. 재건에 필요한 자재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 이런 자재 가격의 상승은 그 자재의 공급을 도로와 교량의 재건 쪽으로 돌리면 자신의 소득도 늘 것이라는 신호를 주기 때문에 이처럼 높아진 자재의 가격이 더 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용도로부터 도로와 교량의 재건 쪽으로 전환되도록 ‘유인’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도로와 교량의 재건에 필요한 자재를 가진 이들의 소득이 늘어났다고 해서 이 가격을 통제하면 이처럼 사회적으로 필요한 자원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는 데 있다. 이들의 소득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 높아졌다면서 과세를 지나치게 하는 경우에도 자원을 사회적으로 더 필요한 용도로 전환시키려는 마음과 행동이 사라질 것이다. 그 결과 지진으로 파괴된 도로와 교량은 빨리 복구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과세를 하든, 아니면 소득의 재분배를 위한 정책을 펼치든, 경제학자들은 이로 인해 자원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려고 오랫동안 고심을 했다. 그런 결과, 시장의 가격에 대한 간섭은 매우 예외적인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소득에 대한 과세와 같은 정책의 경우에도 이것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가능한 한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정부와 여당이 제안하는 부동산이나 임대료 등에 대한 각종 정책을 보면, 이런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의 오랜 고심과 결론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당장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너무 쉽게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거나 세금 폭탄과 같은 조세 조치를 동원해서 원하는 목적을 곧바로 달성하겠다고 나서려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 결과 때로는 급하게 실행했던 조치와는 내용이 정반대인 정책을 들고 나와서 경제주체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그런 정책이 계속될지 신뢰받지 못하는 일마저 빚어지고 있다.

그런 사례가 바로 정부가 중산층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의 확대를 위해 부동산 리츠와 부동산 펀드에 각종 세제로 지원하겠다는 발표였다. 정부가 처음에는 민간의 임대주택사업의 다주택에 대해 혜택을 부여했다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면서 강력한 규제로 돌아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뒤통수를 맞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가격에 대한 성급한 통제나 지나친 조세조치가 빚은 2차사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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