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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근로자가 기업이윤 공유하는 ‘공공선’ 자본주의?

[칼럼] 근로자가 기업이윤 공유하는 ‘공공선’ 자본주의?

기사승인 2021. 01. 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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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소속 102명 의원 전원에게 미국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美 상원의원의 “공공선 자본주의와 좋은 일자리” 보고서를 보냈다. 이 보고서에는 “노동자에게도 그들의 노동이 만들어낸 이윤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보고서대로 “노동자들에게도 그들의 노동이 만들어낸 이윤을 공유할 권리를 준다면?” 얼핏 노동자들이 무조건 이런 권리의 부여를 환영할 것 같다. 전례 없는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면 이런 결론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상상의 나래를 다른 쪽으로도 펼쳐서 만약 지금 일하고 있는 기업이 이윤을 내지 못하고 손실을 보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노동자들이 기업의 이윤을 공유하기 위해 제안되고 실천된 대표적인 제도가 종업원지주제다. 종업원지주제는 종업원들이 자기가 근무하는 회사의 주식을 취득해서 보유하도록 한다. 노동자들이 이 제도에 찬성만 했던 것이 아니라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일하던 곳이 예상외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종업원지주제를 반기겠지만, 반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손실의 위험에 빠졌다면 근로자도 사업 위험을 함께 질 수밖에 없다. 종업원지주제는 받은 임금의 일부를 자기 회사의 주식 매입 이외에 사용하는 것을 막는 셈이기도 한다. 더구나 주식을 일정기간 이상 보유케 함으로써 종업원들이 전망이 밝은 다른 기업으로 옮겨가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종업원지주제를 그 기업에 자신들의 발을 묶어놓은 일종의 족쇄라고 비난했었다.(Fetter, Principles of Economics)

근본적으로는 종업원지주제는 종업원들이 지기 싫은 사업 위험을 이들에게 지게 한다. 기업가를 잔여청구권자(residual claimer)로 보는 기업가정신론에 비춰보면 이 점이 확실해진다. 어떤 사업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기업가는 시장이자율로 자금을 빌려서 (자신의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에도 벌 수 있었던 시장이자율을 포기하므로 시장이자율만큼 기회비용을 지불한다) 고용한 이들에게 시장임금을 주고, 빌린 건물의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주고 원재료 등을 구입해서 사업을 한다. 그 후 남는 것이 그의 몫이다. 기업가가 잔여청구권자라는 것은 그가 이윤을 볼지 손실을 볼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 사업에 고용된 이들은 사업 위험에서 벗어나 확실한 임금을 바랄 수 있다.

그렇다면 수익이 날 경우에만 근로자들이 기업의 이익에 동참하고 손실이 날 때는 손실을 나누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서 실행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자본시장의 작동이 멈추거나 크게 손상될 것이다.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수익을 기대해서다. 그런데 이윤은 주주들이 근로자들과 공유하지만, 손실은 주주들만 감당해야한다면, 누가 주식을 사겠는가. 미래의 전망이 엇갈리는 벤처의 경우 자본을 모으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인이 벤처를 시작했다면 큰 성공을 기원해주기는 쉽다. 그러나 그 벤처에 대한 특별한 확신이 없는 한, 자신이 애써 모은 돈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사업 위험 전체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근로자가 이익은 공유하고 손실은 면제토록 한다면, 투자를 기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 제도가 없었더라면 있었을 투자와 그에 따른 일자리도 사라진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여당과 정책대결을 벌이거나 중도층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위험한 발상의 실험대상으로 삼지는 말아야 한다. 새롭게 보일수록 오히려 충분히 검증한 이후에 관련 입법을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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