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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본소득 대 안심소득, 충분한 논의와 파일럿 실험 필요

[칼럼] 기본소득 대 안심소득, 충분한 논의와 파일럿 실험 필요

기사승인 2021. 05. 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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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최근 기본소득제도와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세제를 응용한 안심소득제 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을 10개월 정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이와 관련해 다양한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 데다 마침 이름이 비교적 알려진 변양호 등 금융·세제통 전직 관료들이 《경제정책 어젠더 2022》를 냈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의 대선주자 중 한명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불하자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야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가 《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에서 제안한 음의 소득세 제도를 변형한 ‘안심소득’ 제도를 ‘실험’해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출생하면 ‘미래씨앗통장’을 정부가 들어줘서 20세가 될 때 1억원을 지급하자고 했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어려운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경쟁하고 있다. 유권자로서 어느 것이 자신과 미래 세대들의 번영을 위해 바람직한지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나서 판단해야겠지만 생계에 바빠서 내용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전문가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충분히 들어볼 기회가 있어야 하고, 또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보다는 소규모 ‘파일럿 실험’을 먼저 해서 예상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특정한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매몰되면 이를 위해 동원되는 수단이 가져올 효과들을 다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다수가 동의한다고 해서 최선의 수단이 채택되는 것도 아니다. 늑대들이 가축 떼를 해칠 때 ‘늑대를 사냥해서 몰아내자’는 수단이 다수의 동의로 채택된다. 그러나 미국의 옐로스톤에서는 이로 인해 1926년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사라졌다. 그 결과 70년 동안 폭증한 초식동물들이 어린 묘목까지 깡그리 먹어치워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졌다. 1995년 캐나다산 늑대 14마리를 옐로스톤에 풀어놓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도 얼마나 생태계가 회복됐는지를 두고 논란 중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프리드먼 교수의 ‘음의 소득세제(Negative Income Tax)’는 일정 소득 이상에게는 양의 소득세를 내게 하고, 여기에 이르지 못한 빈곤층에게는 음의 소득세를 내게 한다. 즉 지원을 한다. 이 제도는 복지제도에 내재한 ‘빈곤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고 ‘근로할 유인’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혜택을 받는 자격을 유지하려고 ‘빈곤’에서 탈출하려고 하지 않는 문제가 음의 소득세제에서는 없다. 그는 모든 복지제도들을 완전히 철폐하고 이를 음의 소득세제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그렇게 하면 자격심사 등 현행 복지제도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력이 들어가지 않고 빈곤층이 자신이 받은 음의 소득세를 자신의 뜻에 따라 쓸 수 있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의 복지제도 속에서 혜택을 보던 계층이 이런 변화를 바라지 않을 수 있다는 ‘정치적 허들’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건강보험 등은 그대로 두면서 빈곤층을 위한 부조 등 일부를 철폐하는 방식으로 기존 복지수혜자들도 찬성할 만하게 수정한 것이 ‘안심소득’제도이다. 이번에 출간된 《경제정책 어젠더 2022》는 안심소득제도를 전직 경제통 관료들이 지지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권자로서는 각 제안의 ‘재원마련’ 방안에 전문가들이 어떤 비판을 하는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옐로스톤에서 늑대를 몰아내는 것이 목축업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 아니었듯이, ‘기업에 대한 과세’를 통한 재원마련이 자신과 자식들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든 안심소득이든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자발적 기부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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