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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집값, 억누르는 강압대책으로는 못 잡는다

[장용동 칼럼]집값, 억누르는 강압대책으로는 못 잡는다

기사승인 2019. 12.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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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튀어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또 나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18번째다. ‘12·16 주택시장안정화방안’ 발표에서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이 긴급 합동브리핑을 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는 등 범정부적 시위 성격과 함께 단호한 모습을 재차 확인했다. 내용 역시 초법적 고강도 규제가 핵심이다. 예컨대 9억 원 초과주택의 담보대출 규제와 보유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대폭 확대, 강력한 자금출처조사 등이 주된 내용이다. 결국 대출을 조여 주택수요를 줄이고 세금 압박을 통해 집을 팔도록 유도하며 분양가 규제로 주택시장을 신규시장중심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압박 의지를 재차 시장에 보낸 것이다.

서울 등 일부 주택가격의 지속 상승 요인이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하는 게 사실이다. 저금리 여파로 부동자금이 갈길을 잃은 채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때마침 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긍정적 방향보다는 ‘똘똘한 한 채’ 소유를 부추기는 꼴이 되면서 서울 등 일부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조차 서울 아파트를 사겠다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몰리고 계절적 비수기에도 집값이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은 무려 24주 동안 상승세이고 상승폭과 지역이 비인기 지역 아파트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또 이 같은 여파가 과천, 광명, 수원 등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심지어 조용하던 부산권도 최근 꿈틀대며 입소문이 무섭게 번지고 있을 정도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역시 당초 우려했던 대로 재건축 등 도심권 정비사업의 위축을 초래, 주택( 특히 아파트)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같은 집값 상승요인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유동성과 시장 매물을 고려했다는 차원에서는 다소 긍정적이다. 특히 일부 전세자금 대출이 가진 자의 요지권 다주택 매입에 숨은 도화선이 되고 있는 점이나 레버리지를 활용한 갭(gap)투자를 부추긴다는 차원에서 보면 유동성 규제의 불가피성이 없지 않다. 뒤늦은 감이 없지않지만 투기적 수요를 잠재우는 것은 시장 건전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의무다. 더구나 내년에도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등 공공투자사업의 대폭적인 확대와 수십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리게 된다. 실로 바닥 여유자금은 넘쳐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제도권 생산자금으로 선순환시켜 경제회생의 불쏘시개로 삼아야하는게 과제다. 우선 제도권 대출만이라도 억제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바닥매물이 말라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는 만큼 일부 장기보유 주택 매매 시 양도세 중과(重課)를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종부세 등을 올려, 매물화를 유도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전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그렇듯이 초법적 누르기식 강공책이 문제다. 실수요자가 자금을 구할 길을 봉쇄한 채 현금부자만 집을 사게 하는 꼴이 된다면 유동성 규제책은 설득력이 없다. 차라리 주택거래 자체를 지자체 단위로 심사하는 제도 도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 주택을 필요성에 의해 사는 것인지, 거주할 것인지 등을 따지고 심사해 당초 목적대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거래단계에서 정밀 파악하는 게 낫다. 제도권 금융규제는 도입 및 관리가 손쉬운 반면 경직되게 운용될 소지가 크다. 실수요자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매물 유도책이나 국세청 자금출처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은 1970~80년대 수준을 넘어 호락호락한 규모가 이미 아니다. 다주택 보유 공직자의 매각을 권고한 청와대 행태가 안쓰러울 정도다. 많은 수요층이 첨단 새아파트에 목말라 있는데 공급을 확대하기는커녕 낡은 아파트만을 양산하는 현재의 강공책으로는 눈감고 아웅하는 포퓰리즘 효과외에 거둘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거둘 수 없다. 앞선 17번째 대책의 연속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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