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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득보다 실’

[장용동 칼럼]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득보다 실’

기사승인 2020. 05.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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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여당의 개헌론 분출과 함께 토지공개념(土地公槪念) 도입이 거론, 부동산 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정은 검토한 바 없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지난 2018년 청와대 개헌안에 담겼던 주요 핵심내용이었으나 당시 야당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전력(前歷)이 있다. 게다가 4.15 총선에서 범여권 190석에 추가로 10석만을 확보하면 개헌의결 정족수가 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및 관련 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뜨겁다.

물론 토지공개념의 실제 도입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국난과 경제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엄중한 비상 상황이다. 이를 뒤로 하고 개헌 분위기를 잡기란 쉽지 않다. 종이호랑이가 된 야당 역시 저항이 거세 사회적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다. 또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위해 토지공개념을 책표지 성격으로 내걸은 것인지, 아니면 19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 제압(?)에 실패하자 원론적인 채찍을 꺼내들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업계 및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파급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일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사적 소유물로 취급되는 토지에 공적 성격을 부여, 사유재산권 행사를 통한 이득 취득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가 상승분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 핵심정책 수단이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인 헨리 조지(1837~1897)를 사상적 기원으로 한 토지공개념은 부동산의 사적 소유가 빈부 격차를 부추기며 자본이득에 매몰되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서를 통해 “토지(Land)를 몰수할 필요는 없지만, 이윤(Rent)은 몰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이는 전면적 증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더욱 강화될 게 분명하다.

문제는 한정적인 국토와 양극화로 치닫는 빈부 격차를 감안할 때 절대 필요한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를 구태여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도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헌법 제23조와 122조에 따라 공익 우선과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조치 등이 실현되고 있다. 2018년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을 보면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문구가 담겨있다. 물론 위헌시비가 잦았던 만큼 헌법에 토지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하는 문구를 넣게 되면 하위 법률에 토지소유한도나 매매의 제한, 개발이익의 환수 등이 강화되거나 신설, 완벽한 법적 뒷받침이 된다.

하지만 현재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의 기본 이념이 녹아 있는 마당에 좌우, 진보와 보수의 격한 갈등이 재차 예상되는 헌법 조문 삽입을 필히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독일, 일본 등 외국의 경우도 공공의 복리, 복지가 우선한다는 점만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권을 일부 제한할수 있다는 선언을 넘어설 경우 우리의 경제사회체계가 토지의 국유화 및 사유화를 지행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우려마저 없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과거 개발시대라면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 예컨대 지난 1977년 12월 신형식 당시 건설부 장관이 “주택용 토지, 일반농민의 농경지를 제외한 토지에 대해서는 공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현재는 도시화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완숙단계에 접어들었고 인구소멸로 없어지는 군 단위가 부지기수로 늘어나는 처지다. 재차 공개념이 표면화된 1987년 노태우 정부만해도 유의미한 제도였으나 현재는 실익이 별로 없다. 시장 충격과 괜한 분란 야기보다는 현재의 제도를 더욱 세심하게 다듬고 엄격하게 적용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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