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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부동산 급랭에 비상 걸린 건설·시행업계

[장용동 칼럼] 부동산 급랭에 비상 걸린 건설·시행업계

기사승인 2022. 09.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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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주택 관련 산업만큼 경기에 따라 명멸의 부침이 극심한 업종도 드물다. 지난 80년대 중반 글로벌 경기침체로 잘 나가던 30여 개의 해외건설업체가 쓰러지면서 대규모 부도 사태가 발생, 기존 업체에 흡수합병된 바 있다. 90년대 들어서는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의 주택경기 호황 바람을 타고 급성장했던 우성건설, 청구, 삼익 등의 명문(?) 주택건설업체가 98년 외환위기 한방으로 몰락한 것도 결국 경기 탓이다. 이어 2008년도의 글로벌 경기 위기에도 내로라하는 1군 대형업체들이 대거 부도를 내는 등 아직도 30여 개 업체가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역으로 작금의 주택경기 호황세를 타고 현금과 토지 비축으로 전남 광주권 지방 중견업체인 호반건설·중흥건설 등이 일약 대형 주택건설업체가 급성장한 것도 경기의 선순환을 제대로 탄 것이다.

현재의 시장 급락과 경기 불안에 주택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잇단 금리 인상, 고공행진 하는 물가, 글로벌 공급난,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등 그야말로 손을 쓸 수 없는 외적 변수가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 들어 규제 완화를 비롯해 270만가구 공급, 역세권 고밀개발 등 민간시장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외치고 있지만, 외적 변수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대호황이던 신규 분양시장은 이미 고꾸라지고 있다. 예컨대 올봄까지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평택의 경우 최근 대형업체 사업지의 초기 분양률이 10%대에 불과하자 업계는 분양 쇼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분양 냉각 현상이 조만간 서울·수도권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존 사업장도 날로 상승하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으로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실행이 연초 대비 최소 30% 이상 뛰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인 만큼 적자 사업장은 갈수록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그동안 소위 '벌떼 입찰'로 재미(?)를 본 일부 주택업체들의 경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개의 업체가 수십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하거나 일부 업체의 면허를 대여받아 공공 토지 분양 입찰에 참여해온 만큼 일부 대형업체의 횡포로 인식되어온 고질적 문제다. 건전한 입찰 질서를 세우고 새 정부가 내세운 공정에 대한 이미지 차원에서도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업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신규 사업지를 줄이고 토지 매입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가 확산, 3기 신도시 토지 분양까지 제동이 걸릴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는 또 부동산 상품의 원자재 격인 토지를 미리 확보해 개발에 나서는 이른바 개발 시행사(디벨로퍼)들의 생존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분양이 심화하고 사업성이 떨어지면 프로젝트 대출이나 시공에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적은 자본으로 사활을 거는 시행사가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은 시장 냉각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미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수익이 악화일로에 빠진 상태인데다 금융이 쪼이고 주택건설업체나 신탁사 등도 사업 수주 기피 경향이 뚜렷하다. 금융권을 비롯해 증권사, 신탁업체까지 대출부실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추가 신규대출을 억제하는 분위기다. 시장이 급랭하는 데다 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 선까지 진행될지 불투명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추가 사업지 확보는 고사하고 기존 사업장마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심지어 대구에서는 인허가가 완료된 통매물이 나오는 등 갈수록 경영 악화에 따른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중개 매물감소와 인터넷 거래 증가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11만 개의 중개업소의 탈출구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신규 분양권 거래 역시 급감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10개를 성공해도 1~2개 사업장에 발목이 잡히면 회사를 묻는다는 시행업계의 금언이 새삼 되새겨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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