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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북·미 비핵화 협상 ‘폭·기회’ 점점 줄고 있다

[전인범 칼럼] 북·미 비핵화 협상 ‘폭·기회’ 점점 줄고 있다

기사승인 2019. 01. 0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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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김정은 신년사' 평가 유보하거나 비호의적
시간 지날수록 북한 비핵화 진정성 흐릿해져
김정은-트럼프 '빅딜' 가장 빠른 길은 '핵 리스트 제공'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미국에서도 한국과 다름없다. 비록 녹화된 것이긴 하지만 약 32분간 진행된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북한 내부의 경제 발전과 사회, 문화, 교육과 군사 등 북한 내부 문제를 진단 평가하고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평화정착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유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비핵화’가 북한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미국이 유사시 우방에게 제공하는 ‘확장억제’까지 포함한다는 의미일까에 대한 우려와 ‘평화’의 전제조건이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전제하고, ‘우리민족 끼리’의 의미가 한국의 무역과 경제를 세계경제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을 포함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는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북한이 취한 조치들에 대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며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세계 각국을 순방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시각은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그들의 전체적인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측면에서 지지해 주는 것이지 북한을 목숨 걸고 우방으로 보거나 김 위원장을 존중하고 신뢰하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도 중·러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김정은-트럼프 ‘빅딜’ 가장 빠른 길은 ‘핵 리스트 제공’

전 세계는 북한이 핵 리스트의 신고를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 빅딜을 원하고 또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핵 리스트 없이 딜을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핵 리스트가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니 ‘신뢰가 없는데 핵 리스트가 무슨 소용이냐’ 하는 식의 걱정은 나중에 해도 된다. 따라서 트럼프와의 빅딜을 위해서 가장 빠른 길은 핵 리스트의 제공이다.

북·미간 북한의 비핵화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하다.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민주공화국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이 나라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데 이를 지나치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그나마 현 상황을 혼자서도 열어 갈 수 있는 입장에 있는 지도자는 김 위원장뿐이다. 그 출발은 핵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결을 위한 상대국 지도자인 두 지도자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최고의 파트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2년(재선을 전제로 하지 않을 때), 문 대통령은 3년 밖에 남지 않았다.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긴 로드맵에서 볼 때 길지 않은 시간이다.

◇미국, ‘김정은 신년사’ 평가 유보하거나 비호의적

핵 없는 한반도의 평화는 절대로 필요하다. 어떠한 경우이든 전쟁은 물론 핵으로 인한 위험과 위협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북한 내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전쟁은 무엇이고 평화는 무엇인가? 진정한 평화보다는 무기 판매의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군산복합체나 공동체의 번영과 복지보다는 정치권력을 손에 쥐고자 하는 이기적인 정치인, 또 승리의 기쁨과 영예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군인들에 의해 전쟁이 촉발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보에 대비하지 않는 무사안일 한 국민, 자존심이 너무 강해 멀리의 큰 그림보다는 당장의 눈앞의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리더, 그리고 전쟁의 참혹성과 야만성을 잊고 있는 일부 배부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전쟁이다. 이러한 것들의 반대되는 입장이 평화다.

김 위원장의 이번 신년사에 대해 미국의 정계는 물론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평가를 유보하거나 호의적이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흐릿해지거나 또 여러 가지 국내외 정세로 인해 북·미간 협상에 대한 폭과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힘으로 좌우되는 국제질서의 흐름은 종종 예측이 불가한 곳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지난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금 북한은 완전한 핵 보유 국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과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무한정 길지는 않다. 만인이 주목하고 박수 칠 준비가 돼 있을 때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 관객이 기다리다 지치거나 식상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면 야유와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이제 2019년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 있어야 할 시기다. 관객도 떠나고 무대도 치워질 때의 공허함은 상상 그 이상의 것이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빠른 결심을 촉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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