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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자주국방’ 위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조건

[전인범 칼럼] ‘자주국방’ 위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조건

기사승인 2019. 06. 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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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한국군 전투력 '제대로' 발휘토록 '확실히' 해야
영어 소통·연합지휘 통신망·동원체계 '3대 필수'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지난 15년 동안 한·미 두 나라의 군은 전시작전 통제권에 대한 논의와 전환 절차를 진행해 왔다. 그동안 전시작전 통제권에 대한 무지와 오해, 편견, 그리고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해법보다는 이상적이고 정서적인 접근이 있었다. 또 전시 작전권의 성격을 잘 모르는 일부 국민들을 오도할 수 있는 의도적인 논리의 비약과 이분법식의 단순화 행태가 더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념과 체제가 대립되고 핵과 미사일이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자주국방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시 작전권은 주권 국가로서 당연히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냉엄하게 평가할 때 전작권 전환은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명분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어떠한 경우에도 안보태세에 공백이나 빈틈이 생기지 않게 완전히 해야 한다.

한 나라의 국가안보는 절대안보 차원의 자주국방이 가장 이상적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최선책일 수는 없다. 자주국방에는 돈과 군사력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협력안보를 위해 국제협력과 국가 간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노력하는 것도 자국의 돈과 군사력은 덜 들이면서도 의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 전투력 ‘제대로’ 발휘토록 ‘확실히’ 해야

나는 전작권 전환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록 미국이지만 남의 나라에 우리의 안보를 맡기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고 나면 어떤 형태로든 한·미 군사관계가 변화하게 될 것이고 우리에게 꼭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전작권 전환을 기대하고 바라는 우리 국민들이 동시에 인식해야 할 것은 그동안 미군 자산을 이용했던 군사력 건설 유지 비용이 전작권 전환에 따라 앞으로 내 돈이 더 많이 들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활 전반의 기회비용 증가를 기꺼이 받아들일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2004년에 전작권 전환이 처음 논의될 때는 목표 시한을 정해 놓고 한·미 간에 협의했다. 당시에 미국은 빨리 가져가라는 입장이었고 한국군의 부족한 군사력과 전투능력에 대한 공백은 미국이 보완해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이었다. 미국이 너무 쉽게 동의해서 오히려 불안할 정도였다. 그 후 정부가 바뀌고 안보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목표시한을 정해 놓지 않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전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충분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마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무기한 연기와 동의어가 되다시피 했다. 지난 날 이에 대해 착실히 준비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옳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형태는 쉽게 말해 어느 정도 목표 시기를 정해 놓고 부족한 능력은 차차 갖춰 나가자는 방식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단 한 순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군대의 존재 이유와 임무 역할을 놓고 볼때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지금 당장 전환 받아도 된다. 이론상이나 비교 차원의 분석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전쟁이 나기 전에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조건이 충족됐다고 믿으면 그만이다.

◇영어 소통·연합지휘 통신망·동원체계 ‘3대 필수’

튼튼한 국방, 튼튼한 안보를 위해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전작권 전환을 하려거든 한국군의 전투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작전을 논의할 수 있는 군인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이미 15년 전에 시작했어도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 가시화 됐을 수도 있다.

둘째, 연합작전이 가능한 지휘 통신망과 장비의 개발이다. 지금 사용 중인 것은 어떻게 하고, 왜 새로 만들자는가 하고 의문을 갖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지휘통신체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그동안 쓴 돈의 10분의 1만 투입했어도 지금쯤은 돼 있을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병력과 장비 동원 등 국가동원 제도의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처럼 숙달되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병력이나 장비로 흉내만 내고 적당히 훈련시켰다가는 유사시 전투력을 제대로발휘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전시 우리의 작전통제권에 의해 미군을 비롯한 우방국 군인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또 전시 부대 편제와 조직 보강으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원예비군을 확실히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군은 현역이나 예비역 모두 우수한 자원들이기에 시스템을 보강하고 의지를 갖고 준비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돈도 많이 들고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 자주국방이다. 전작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자주국방을 ‘제대로’ 이룩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하려면 자주국방력을 제대로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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