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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남북한 DMZ 교전과 유엔사 정전협정 위반

[전인범 칼럼] 남북한 DMZ 교전과 유엔사 정전협정 위반

기사승인 2020. 06. 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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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유엔사, 북한 고의성 유보...'남한과 배치' 해석은 과해
국방부, '북한 정전협정 무력화 의도 동조' 오해 우려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지난 5월 3일 북한군 감시초소(GP)에서 아군 GP를 향해 기관총 사격이 있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대장으로 13개월간 근무했고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우발적 사고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유엔사 군정위 합동조사 결과는 남북이 공동으로 정전협정을 위반했고 북한의 고의성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취지로 발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리 피터스 유엔사 대변인 대령은 “남북 모두 허가되지 않은 소화기 사격을 군사분계선 넘어 사격했다(unauthorized small arms fire across the MDL)”고 했으며 “북한 사격 고의성이나 우발 여부는 확정적으로 판단 할수 없다(the investigation was unable to definitively determine if the four rounds were fired intentionally or by mistake)”고 했다.

여러 의혹과 판단들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중화기’라고 했는데 유엔사는 ‘소화기’라고 했다. 발표 원문을 보면 ‘14.5mm small arms/14.5㎜ 소형 화기’로 발표했다. 14.5㎜ 기관총을 소화기로 표현했다. 기관총 분류는 경(輕)기관총과 중(中)기관총, 중(重) 기관총이 있다. 소화기와 대변되는 말은 공용화기이며 통상 소화기는 권총과 소총, 기관단총, 카빈, 그리고 경(輕)기관총을 말한다. 유엔사에서 소화기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고 보지만 뜻과 의미는 한국 합참과 전혀 틀리지 않는다.

유엔사, 북한 고의성 유보...‘남한과 배치’ 해석은 과해

유엔사는 남북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정전협정에는 비무장지대 안에서는 상호간에 사격은 물론 어떠한 사격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리에게 사격을 했지만 추가 사격이 없었고 아군의 대응 사격이 32분 뒤에나 이뤄졌으므로 자위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군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면 당연히 즉각 대응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인데 사격하면 자위권 행사로 국제 사회가 인정해 주지 않는다.

북한의 고의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을 뿐인데 이것을 우리의 판단과 배치한다고 이해하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 유엔사는 정정협정을 준수해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주임무이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이행하고 적극 호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경우를 포함해 어떨 때는 시원하게 우리편을 들어 주지 않아 서운하다.

국방부, ‘북한 정전협정 무력화 의도 동조’ 오해 우려

유엔사는 정정협정을 준수하는 임무에 집착해 때로는 우리에게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정전협정을 무실화하려는 것이 목표여서 유엔사 군정위와 중립국 감독위 의견을 무시한다. 예컨대 북한은 비무장지대 안에 개인화기 외에 공용화기를 배치한다. 우리는 북한보다 훨씬 성능이 우수한 무기가 있어도 갖고 들어가지 못한다. 분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대신 국제적인 신뢰도는 북한보다 우리가 훨씬 높다.

국방부는 유엔사 발표 날 “유엔사의 이번 조사 결과가 북한군의 총격에 대한 실제적 조사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유감 표명을 한 이유를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혹여 북한의 정전협정 무력화 의도에 동조하는 것처럼 국내외적으로 오해될까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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