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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6·25 70년’ 김정은 통큰 결단 기대는 불가능한가?

[전인범 칼럼] ‘6·25 70년’ 김정은 통큰 결단 기대는 불가능한가?

기사승인 2020. 06. 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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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북한 주민들에게 핵무기 무슨 위안이 되겠는가
평화 원칙 합의하고 비핵화만이 인민·경제 살리는 길"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의 야포들이 일제히 남한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광복과 동시에 남북이 분단된지 5년 만에 북한의 침략전쟁으로 같은 민족끼리 싸우는 전쟁이 일어났다. 6·25 전쟁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심지어는 책임에 대해서도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의 김일성 정권이 소련의 지원과 중국의 후원을 받아 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전쟁 도발의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도 6·25 전쟁에 대한 책임과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만 아니었으면 통일과업을 완수했을 것’이라고 두고두고 되새김질 할지도 모른다. 일부 동조하는 세력은 북한의 6·25 남침이 마치 한민족의 통일을 위해 불가피하게 ‘전쟁’이라는 수단을 택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만일 그렇게 해서라도 남북한이 통일이 됐다면 몇 백만 명이 죽는 정도의 희생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편협된 통일지상주의자들도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핵무기 무슨 위안이 되겠는가

과연 그들의 주장이 옳을까? 도대체 그런 희생을 감수하면서 통일을 무엇때문에 왜 해야 하는 것인가? 결국은 사람의 행복, 즉 우리 한민족의 항구적인 평화와 행복을 위한 것 아닌가. 1950년 당시 남북한 인구가 약 3000만 명이었는데 그 중 10%가 넘는 400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수많은 전쟁 고아와 미망인, 이산가족을 생각하면 이것도 감내할 수 있는 통일비용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인가. 6·25 당시 남한 정부도 북침통일을 외쳤지만 그것은 한갓 오기에 불과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다.

만약 전쟁을 통해 북한이 적화통일에 성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잘해야 지금 중국이나 베트남 정도의 경제 수준을 이뤘을 것이다. 사회와 문화, 정치 수준도 그들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감시받고 통제받는 사회, 창의력 없는 문화활동, 그리고 거수기나 다름없는 정치 상황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아무리 후한 점수를 준다고 해도 그저 먹고살 정도는 됐겠지만 개개인의 자유가 없고 미래도 없으며 희망도 없는 곳이 됐을 것이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곳을 우리는 지옥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광복과 전쟁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온갖 대내외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산업화·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경제 모범국이 됐다. 표현의 자유와 비폭력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누리며 살고 있다. 아무리 엄청난 재벌이라도 법에 어긋나면 벌을 주고 현직 대통령마저도 탄핵으로 물러나게 한다. 말 그대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누리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가난하고 비참해 남한의 기초생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돈도 없지만 자유도 없다. 정권유지 세력들이야 핵폭탄을 갖고 있어 위안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의 북한 주민들에게는 핵무기가 무슨 위안이 되겠는가.

평화 원칙 합의하고 비핵화만이 인민·경제 살리는 길

북한이 남쪽을 향해 삐라(전단)를 날리고 비무장지대(DMZ) 전방초소(GP)를 다시 점령한들 남한이 무슨 영향을 받겠는가. 또 개성과 금강산에 북한군 부대를 재배치한다고 해서 남한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무슨 행동을 하든 북한이 더 손해를 보는 행동이라는 것을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이 휴전선과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훈련과 작전을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남한의 일부 언론매체 빼고는 별로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잠시 관심을 끌지라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이제 남한 사회는 북한의 그러한 행태에 익숙해 있고 이미 사회 전반의 체계가 튼튼하고 국민의 인식 수준이 매우 건강해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쏴도 인민의 생활은 결코 개선되지 않고 북한 정권 유지에도 도움이 안 된다. 오로지 평화의 원칙에 합의하고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노력을 보이는 것만이 인민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핵 시험장 폐쇄와 발사대 해체는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70년 전의 전쟁에 대한 원죄를 씻을 수 없다. 또 국제사회의 사찰을 수용하면 인민들의 생활 향상은 물론 정권 유지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왕이면 북한이 알레르기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대북전단(삐라)은 양보할 용의가 있으니, 북한이 골칫거리로 여기는 이른바 ‘반동분자’들을 남한으로 보내 주면 어떨지 모르겠다. 모자르는 식량도 줄일 겸 말이다.

70년 전 암호명 ‘폭풍’과 함께 38선 전역에 걸쳐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과 같은 여건은 남북한 어디에도 이제 다시는 있을 수 없다. 이른바 ‘통 큰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면모를 살리고, 한반도의 안전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새로운 큰 결단을 기대해 보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좀 더 인내심을 갖고 또다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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