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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고용보험 확대와 기본소득 도입

[이효성 칼럼] 고용보험 확대와 기본소득 도입

기사승인 2020. 06. 1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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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전 방송통신위원장
생산된 재화, 고루 분배하는 문제 신경 써야
단기적 고용보험 확대·장기적 기본소득제 도입
새 노동윤리·조세 개혁·공정한 분배, 선결 조건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보수당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진보 의제인 기본소득 문제를 공론화하자 그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외국에서는 18세기부터 논의돼 왔고 오늘날 일부 국가에서는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시험과 연구를 하고 있지만 막대한 국가 재정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것이기에 이를 제도화해 전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다만 스위스에서 2016년 시민단체 모임이 발의한 연 2500 스위스 프랑(우리 돈 약 300만 원)의 기본소득 보장안에 대해 국민투표가 시행됐지만 부결됐다.

기본소득은 국가나 정치 공동체가 모든 시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개인의 자산과 소득, 근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현금을 지급한다. 기본소득의 근본 취지는 노동과 소득을 분리하고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것으로 궁극적인 복지정책인 셈이다. 기본소득은 일종의 기본권으로 인간의 실질적인 자유를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으로 간주된다. 기본소득 제도 도입으로 소득 불평등과 불안정 노동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생산된 재화, 고루 분배 문제 신경 써야

우리 사회는 점점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국민 당 평균 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총체적 재화 생산량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다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양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빈자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너무나 많은 수가 너무나 적은 수입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 게다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증거하듯, 그리고 ‘헬 조선’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많은 이들, 특히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하지 못하고 좌절과 절망에 빠지고 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돼 생산수단의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 인공 지능화가 더 고도화할수록 일자리는 점점 더 사라질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언젠가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일하려는 의지와 열망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만 간다는 사실은 그들의 삶의 질이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정이라는 점에서도 큰 문제다. 사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은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라기보다는 일은 기계가 하고 인간은 그 결과를 향유하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인간다운 삶과 사회 안정을 위해서 재화의 생산을 늘리기 위한 노력 이상으로 생산된 재화를 고루 분배하는 문제를 신경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동윤리와 조세제도, 분배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때 궁극적으로는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새 노동윤리·조세 개혁·공정한 분배 공론화

하지만 그때까지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하고 우리의 생산력도 더 키워야 한다. 따라서 우선은 늘어나는 실업자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공공부조나 사회보험과 같은 기존의 복지제도를, 특히 고용보험 제도를, 확충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실업률이 늘어 가는 추세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새로운 실업자가 속출해 고용보험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 경우 실직한 근로자에게 실업 급여를 주는 소극적 고용보험이 아니라 실직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함께 고용 촉진, 실업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 고용보험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3주년 기념사에서 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민취업 지원제도를 시행해 실직과 생계 위협으로부터 국민 모두의 삶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여권의 몇몇 정치인들도 고용보험의 강화를 주장했다.

고용보험 확대도 적잖은 예산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고용보험의 확대를 위해,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비해 새로운 노동윤리, 의미 있는 사회적 일자리의 창출, 기존의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의 개편, 재원마련을 위한 조세제도의 개혁, 공정한 분배제도 등의 문제들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치밀하게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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