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효성 칼럼] 북한의 자작지얼(自作之孼)

[이효성 칼럼] 북한의 자작지얼(自作之孼)

기사승인 2020. 06. 21. 19:0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전 방송통신위원장
북한 핵무기 사용땐 반격당해 정권유지 못해
지금이라도 비핵화 결정하면 남북 번영의 길 열려
도가 지나치면 남한도 도울 수 없고 기회도 잃어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북한의 남한에 대한 말과 행동이 나날이 거칠어지고 있다. 대남 사업을 총괄하고 2인자로 올라선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인 김여정의 언행이 특히 더 그러하다. 게다가 미리 예고한 대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과격한 짓도 저질렀다. 당분간은 거친 말과 행위의 강도를 높여가며 더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러한 거친 말과 행동은 북한 체제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탈북민들의 전단 살포를 핑계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남한이 중재자로 나서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풀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의 재개를 비롯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확대하고 경제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데 대한 실망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과 남한 정부의 선의에도 남한이 북한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하기가 매우 어렵게 돼 있다. 북한의 핵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이라고 미국이 감시하는 북한에 대한 유엔(UN)의 제재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하고 자랑한 이후에는 자기들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북한 제재에 가담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팬데믹까지 겹쳐 북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남한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 북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행위는 거의 유엔 제재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 결정하면 남북 번영 열려

애초에 북한이 인민들의 삶을 돌보지 않고 정권의 안전을 위한다고 핵무기 개발을 감행한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었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로서 다른 나라의 핵무장을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다. 또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개발한 나라는 강력히 제재해왔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북한은 용감하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자랑해왔다. 북한의 어려움은 거기서 비롯됐다. 지금 북한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자작지얼(自作之孼)인 것이다. 과거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가 북한과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기 전이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핵무기와 그것을 미국에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서 시위용으로 쏘아대며 자랑해왔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와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반대급부도 감내해야 한다. 북한은 남한을 원망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된 정책과 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완전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기로 결정하면 유엔 제재가 풀리고 남한이 얼마든지 북한을 도울 수 있고 같이 번영할 수 있다.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지 못해서 손해를 보는 것은 남한도 마찬가지다.

도가 지나치면 도울 수 없고 기회도 잃어

핵무기는 상대의 무력 사용을 막는 억제력으로서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용하기 어려운 무기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그 반격으로 북한 정권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 정권의 유지를 위한다고 핵무기를 개발했지만 그 핵무기 때문에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아 도리어 정권 유지에 해가 되고 있다. 이제 북한은 남한을 원망하고 억지를 부리는 대신 진정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거친 언행을 쏟아 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그럴수록 미국의 감시와 제재만 더 강해질 것이다.

북한의 거친 언행이 내부의 어려움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김여정을 제2인자로 만드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 김여정의 이름으로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대리인이나 후계자가 되려면 먼저 그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 군부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그를 위해 남한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김여정의 거친 언행은 실은 대남용이라기보다는 대내용이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인민들을 동원한 시위가 연일 벌어지는 것을 보면 그런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언행을 가려서 해야 한다. 언행이 거칠어지고 도가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북한에 대한 남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나빠지고, 북한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져서 여론을 따라야 하는 남한 정부가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와도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