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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안미경중(安美經中)의 문제

[이효성 칼럼] 안미경중(安美經中)의 문제

기사승인 2020. 10.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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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전 방송통신위원장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안보는 미국에 그리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전략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성은 별로 없다. 이 전략은 일종의 모순어법에 기초한 헛된 바람일 뿐이다. 이 전략이 성립하려면, 이론적으로 안보라는 정치 영역이 경제의 영역과 무관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이 정치와 경제를 엄격히 분리해야 하고, 국제관계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좋아야만 한다. 그런데 이 모두가 사실에 반한다.

정치와 경제는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분리할 수 없이 얽혀 있는 영역이다. 사회 현상들은 서로 얽혀 있지만, 특히 정치와 경제는 더 그러하다. 그래서 본래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등에서 보듯,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고 오늘날에도 그 이름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알프레드 마셜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한 ‘경제학’이라는 용어는 대체로 미시적인 수리경제를 지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로부터 백성의 먹고사는 일 즉 경제는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맹자는 ‘항산자 항심(恒産者 恒心)’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경제가 좋으면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나쁘면 사회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백성들의 폭동, 민란, 혁명이라는 정치적 행위는 흔히 경제적 어려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오늘날도 중요한 경제적 정책들은 정부와 위정자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런 사실 자체가 현실적으로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는 정치적인 힘도 약했기에 미국에 맞설 수 없었고, 따라서 미국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의 도움으로 중국은 개혁개방을 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서방 경제권에 편입되었다. 그렇게 해서 중국은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런데 경제적 성장은 곧 정치적 성장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은 정치적으로도 성장한 것이다. 그 힘으로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맞서게 되었다. 이 또한 정치와 경제의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준다.

그러자, ‘투키디데스의 함정’의 논리대로,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 견제가, 처음에는 관세 보복으로 표출되었으나, 중국이 기세를 꺾지 않자, 중국 경제를 서방 경제에서 분리하는(decoupling) 전략으로 바꾸고, 결국 아예 중국 공산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는 정치적인 전략으로 확대됐다. 중국의 패권 도전이나 그에 맞선 미국의 관세 보복과 중국 경제의 디커플링화 그리고 공산 정권 붕괴의 추구도 그 원인은 경제에서 비롯되었다. 이 점도 정치와 경제의 밀접한 관련성을 증거한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으려는 한국전 참전으로 그리고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군의 한국 주둔으로 한국을 공산화에서 지켜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왔다. 한국이 공산화하지 않고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의 안보를 지켜준 미국의 정치적 역할이 매우 컸다. 그 결과 우리의 경제력에 따른 정치력 또한 커졌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 양측의 구애를 받고 있다. 이 또한 정치와 경제의 강력한 연계를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 안보는 미국을, 경제는 중국을, 택한다는 것은 이론도 현실도 도외시한 선택이다. 그것은 두 가지를 다 잃을 수 있는 악수(惡手)일 뿐이다. 우리의 선택은 마땅히 정치와 경제는 분리할 수 없다는 강력한 원칙과 현실에 기초해야 한다. 미국을 택하는 것은 미국이 대표하는 서방 경제권을 택하는 것이고, 중국을 택하는 것은 중국이 대표하는, 서방에서 유리된, 중국 경제권을 택하는 것이다. 이 선택에서 좋은 이웃나라는 거의 없기에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국제정치의 오랜 전통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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