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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국제 관계에서 주체적 사고와 전략적 행동

[이효성 칼럼] 국제 관계에서 주체적 사고와 전략적 행동

기사승인 2022. 07. 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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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주체적 사고는 우리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관점이란 우리의 필요와 욕구, 이해관계, 우리가 처한 현실, 우리가 겪어온 경험과 역사, 우리가 형성해온 문화에 기초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관점과 그에 따른 판단은 다른 누구의 것과도 다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온전히 주체적으로 사고하면, 개인으로서는 사회성이 부족하게 되듯, 국가로서는 국제성이 부족하게 된다. 이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 우리는 전략적 행동을 필요로 한다.

전략적 행동은 유리한 결과를 위하여 사전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즉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조치나 정책을 미리 계획하여 시행하고, 사태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한 나라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전략적 행동에는 비슷한 처지나 이해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와 연대하거나 공조하고, 때로는 우리의 일부 이익을 양보해야 할 필요가 따른다.

우리는 우리의 노력으로 선진국이자 강소국이 되었다. 그런데 선진 강소국이라 하더라도 만일 한국이 유럽에 있다면 경제력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군사력에서는 오히려 그들보다 더 앞선다. 이들 나라들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었고, 지금도 세계에서 강대국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또 세계인들에 의해 강대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들의 특징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는가? 사실 우리는 국력에 비해 주체적 사고와 전략적 행동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아직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고 과소평가하는 자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데에는 선진국으로 올라선 지가 오래 되지 못한 탓도, 그리고 한국은 경제적·군사적으로 세계의 최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어 아직도 우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탓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35년 동안의 일제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지 수년 만에 남북으로 갈리어 싸운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전 국토는 폐허가 되고 1인당 소득 수준은 세계 최하위권에 속하는 최빈국의 처지로 전락했었다. 가난한 데다 자원도 부족하여 외채를 빌리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한동안은 경제도 국방도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질서에 편승하여 겨우 연명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들을 우러러보며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그들의 생각과 판단을 따랐고 우리 지도자들과 국민들도 그것을 당연시했다.

하지만 선진국이 된 이제는 우리의 안목으로 세상사를 보고 판단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태를 관리하고 행동해야 한다. 과거 배고픈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주권국가로서 마땅한 자세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의 경제 규모와 지위가 커져서 그 누구도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우리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없다. 거꾸로 우리는 이제 세계를 이끌어가야 하는 선진국의 일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순전히 우리의 이익의 관점에서만 사물을 보고 우리의 이익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국제 관계가 아무리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곳이라 하더라도 서로에게 이익이 될 때만 관계가 맺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국에게도 이익이 되는 호혜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도 서로에게 더 이롭고 관계도 더 친밀하게 더 오래 지속하는 길이다.

물론 역사는 계획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의해 더 큰 물줄기가 형성되어 왔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 계획이나 목적이 없이 그냥 발생하는 일에만 반응하기에 급급하게 되면, 구한말의 한국처럼 목적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자들에게 당하게 된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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