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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칼럼] 공짜의 비극

[조향래 칼럼] 공짜의 비극

기사승인 2020. 07.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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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만 좇으면 비극적 결말
포퓰리즘 영합 정치인들 '선심성 무상복지' 살포
'지상에 천국 건설 시도가 늘 지옥 만들어 낸다'
코로나19 속 공짜돈 난무...빚은 누가 갚을 것인가?
조향래 논설위원 0611
조향래 논설위원
어느 부부의 결혼기념일 아침 발신자 없는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뜯어 보니 평소 보고 싶었던 연극표 두 장이 들어 있었다. 부부는 결혼기념일이라고 친구가 보낸 깜짝 선물이려니 여겼다. 오랜만에 내외가 함께 연극을 보고 와인을 곁들인 외식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는데, 맙소사 집 안이 난장판이 돼 있었다. 흐트러진 옷가지며 가재도구를 정리하다 보니 방 한구석에 작은 쪽지가 보였다.

도둑이 남긴 메시지였다. “연극은 잘 보셨나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이솝우화 ‘산나귀와 집나귀’도 그렇다. 산속에서 맹수들에게 쫓기며 배를 곯기가 일쑤인 산나귀는 주인이 주는 먹이를 편하게 받아 먹고 사는 집나귀가 늘 부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걸어 가면서 채찍질까지 당하는 집나귀를 보고 ‘세상에 공짜밥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더 이상 집나귀를 부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공짜 점심이란 말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에서 유래한다. 공짜 점심을 준다는 소문을 듣고 노동자들이 어느 한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정말로 점심은 공짜였다. 그런데 술을 어느 정도 마셔야 점심이 공짜로 나온다고 했다. 술이란 기분 좋게 마실수록 판단력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한두 잔의 술이 여러 잔이 되기 십상이다. 식당은 공짜 점심을 미끼로 수익을 톡톡히 챙겼다.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만 좇으면 비극적 결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구절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자주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 있다’는 러시아 속담도 의미심장하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회비용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산토끼 쫓다가 집토끼마저 놓친다’는 우리 속담도 그 의미가 상통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은 공짜에 혹하기 쉬운 사람의 심리를 대변한다.

나우루공화국의 비극에 주목해 보자. 오세아니아 미크로네시아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나우루는 모든 국민에게 해마다 1억원의 생활비를 줬다. 주거와 교육, 의료비가 모두 공짜이고 세금도 없었다. 인광석이라는 희귀자원이 풍족한 덕분이었다. 공화국은 인광석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니 국민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쓰기만 하면 되는 나라였다.

모든 일에 외국인을 고용했다. 지상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30년 동안 나우루 사람들은 주업이었던 고기잡는 법은 물론 요리하는 법도, 청소하는 법도 잊어 버렸다. 그런데 인광석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무리한 채굴로 섬의 고도가 낮아져 국토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현재의 공짜에만 탐닉한 비극적 귀결이다.

포퓰리즘 영합 정치인들 ‘선심성 무상복지’ 살포

사회주의 무상복지를 표방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치던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국가 부도 상태에 이른 것이 그저 남의 일일 뿐일까. 코로나19 감염증 환자가 속출하는 에콰도르와 볼리비아에서는 종이로 만든 관까지 등장했다. 물론 공짜 관이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다 같이 나눠 먹으며 오래오래 잘살 수 있는 나라의 건설이 가능할까. 그 해답은 나우루공화국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 낸다’고 역설했다. 포퓰리즘에 영합한 정치인들이 선심성 무상복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병 시국을 무마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이다, 실업급여다, 생계자금이다 하는 공짜돈이 난무하고 있다. 그게 다 어디서 나온 돈인가. 그 빚은 다 누가 갚을 것인가. 작용은 반작용을 부르기 마련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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