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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교회의 코로나19 수난시대

[아투 유머펀치] 교회의 코로나19 수난시대

기사승인 2020. 07.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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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 유머 펀치
대학 총장을 두 명이나 배출한 경북 안동지역 명문가에 명절을 맞아 여러 형제들이 모였다. 으레껏 또 그 얘기가 등장했다. “우리 집안에는 큰 형님만 교회에 나가면 모두가 천국 갈 텐데...” 가문의 장손으로 고택을 지키며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이란 유가(儒家)의 전통을 묵묵히 실행하며 살아온 맏형은 이번에는 기독교도인 아우들의 지청구를 지나치지 않았다.

그 항변인 즉 “이 사람들아 천당은 자네들이나 가게. 교회에 다니지 않아 지옥에 가 있을 어매·아배와 할매·할배는 누가 모실겐가...?”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이것은 실제 있었던 이야기이다. 그렇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화두(話頭)였다. 그래서 역설도 많고 비평도 많다. 난폭 운전을 일삼던 버스 기사와 장황한 설교로 유명한 목사가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저승 법정에서 버스 기사는 천당으로, 목사는 저승으로 가라는 판결이 나왔다. 목사의 이의 제기에 따른 재판장의 설명은 이랬다. “버스 기사가 차를 몰고 달릴 때는 모든 승객이 간절히 기도를 했지만, 목사가 설교를 할 때는 모든 사람들이 하품을 하며 졸았느니라...” 코로나19 대유행이 지구촌 인류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성당과 교회와 사찰에서 미사와 예배와 법회를 멈춘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특히 소규모 교회에 대한 주일 예배와 소모임 규제 등은 종교의 자유는 물론 재정적인 기반까지 뒤흔드는 일이어서 반발도 적잖았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유일한 예방책인 전염병 횡행 시절에 예배와 모임 자체가 바이러스 전파에 따른 사회적인 가해 행위가 될 수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무엇이 공동체를 위한 진정한 예배이고 참된 종교 활동일까. ‘인류는 삶이 따분해서 酒(술)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서 主(하느님)를 창조했다’는 철학자의 말도 있다. 한자를 한글로 읽으면 같은 ‘주님’이다. 그래서 ‘낮에는 모시고 밤에는 마신다’는 농담을 던지는 신부님도 있었다. 코로나19 창궐의 시대가 또다시 종교와 신(神)의 현주소를 되돌아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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