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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명사(名士)의 상열지사

[아투 유머펀치] 명사(名士)의 상열지사

기사승인 2020. 07.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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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 펀치
삶의 종착역이 임박했음을 직감한 할머니가 병원에 누워서 남편을 불렀다. 그리고 죽기 전에 고백할 게 있다며 콩 세 알과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놓았다. “이게 다 무엇이냐”는 남편의 물음에 할머니는 “그동안 당신 모르게 바람 피운 숫자”라고 했다. “한평생 세 번쯤이야...”라며 애써 자위하던 영감님이 “그럼 만원짜리는 무엇이냐”고 묻자 할머니는 ‘콩을 팔아 모은 돈’이라고 털어 놓았다.

충격을 받은 영감님이 그길로 세상을 뜨자 정성껏 장례를 치른 할머니도 뒤따라 눈을 감았다. 법과대학 교수로 여성인권운동가로 오로지 청렴결백하게 살아온 남편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할머니는 저승길 임시 대기실을 찾아 용서를 빌기로 했다. 대기실은 장미꽃 하나가 붙은 방부터 수십개를 그려 놓은 방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장미꽃 숫자는 바로 생전에 바람 피운 숫자라고 했다.

장미꽃이 없는 방에서 남편을 찾지 못한 할머니는 “영감도 한 번쯤은...”하는 심정으로 장미꽃 하나 있는 방문을 열었지만, 역시 없다고 했다. 그렇게 장미꽃 30개가 있는 방문까지 두드렸지만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방은 안개꽃을 수놓은 방이었다. 외도의 숫자를 셀 수조차 없는 남자들의 대기실이었다. 할머니는 설마 하고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영감님은 그 방에 있는 것도 모자라 완장까지 차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만, 하물며 평생을 동고동락한 부부가 아니던가. 세상에 콩과 장미꽃에서 자유로운 남녀가 얼마나 되려나. 더구나 정의로운 척, 홀로 깨끗한 척 언행을 일삼았던 위인의 적나라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배신과 좌절, 그리고 분노의 감정을 일으킨다.

조선의 사대부는 사실적인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고려가요를 상열지사(相悅之詞)라 하여 천대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극단적 선택의 파장이 국론마저 분열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인권변호사요, 시민운동가 출신인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상열지사 파문과 갑작스런 죽음에 국민의 충격이 크다. 저승길에 들어선 박 전 시장은 지금 대기실 어느 방에 머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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