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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동물농장 데자뷰

[아투 유머펀치] 동물농장 데자뷰

기사승인 2020. 08. 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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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유머펀치
코끼리가 낮잠을 자는데 배낭을 맨 개미가 코끼리 배위로 등산을 하고 있었다. 간지러워서 잠을 깬 코끼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임마. 내려와. 무거워...” 그러자 개미가 앞발을 번쩍 들면서 “시끄러워 짜샤! 콱 밟아버릴 수도 있어...” 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마침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루살이가 중얼거리듯 하는 말이 이랬다. “나 참 기가 막혀서. 세상 오래 살다보니 별 꼴을 다 보겠네...”

동물의 습성을 인간의 눈으로 보면 가소로울 수도 있다. 인간이 세상을 보다 고차원적으로 보는 고등동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을 신(神) 안목으로 살펴보면 가관일 것이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주제에 눈만 뜨면 서로 쥐어뜯고 싸움질이나 일삼는 행태가 얼마나 같잖을까. 신의 시각을 빌릴 것도 없이 지난 역사에 빗대어만 봐도 결과가 뻔하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쓴 풍자소설 ‘동물농장’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물 농장은 소비에트라는 사회주의 체제의 탄생 과정과 그 이율 배반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모든 동물의 평등을 부르짖으며 인간의 지배를 몰아내는 혁명을 이뤄냈지만 정적(政敵)을 축출하고 권력을 장악한 일부 동물들이 인간보다 더한 독재를 자행한다는 이야기다. 그 지배의 논리 또한 가증스럽다.

진정한 혁명의 의미를 일깨우는 역설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여기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앞뒤 가릴 것도 없어 오로지 파당(派黨)을 지어 상대를 적으로 몰아 세우며 국론을 분열하고 국력을 소모하고 있는 정치판이 조선시대 당쟁(黨爭)의 병폐를 뺨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정이 신의주로 피란을 가는 와중에도 중신들은 동인·서인으로 나눠 당파싸움을 그치지 않았다.

당시 도승지 이항복은 이를 두고 ‘그렇게 싸움을 잘하거든 동인은 동해로 가고 서인을 서해로 가서 왜군을 막으라’고 통곡어린 넋두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선사회는 노론(老論) 일당독재에서 세도(勢道) 정치로 막장으로 치달았다. 훈구파의 적폐를 몰아낸 사림(士林) 혁명의 역설이다. 오늘 우리 정치문화는 여기서 얼마나 더 나아 갔는가. 동물농장의 독재자 나폴레옹 돼지가 껄껄 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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