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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 펀치] 정치인과 유머

[아투 유머 펀치] 정치인과 유머

기사승인 2020. 09. 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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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영국 보수당의 한 노정객이 화장실에 갔다가 바지 지퍼 올리는 것을 깜빡 잊은 채 무대에 섰다. 그런데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던 야당 의원이 애써 그것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정객의 대응은 노련했다. “내 집에 길들여진 새가 창문을 잠시 열어놓았다고 다른 집으로 날아가기야 하겠습니까”라고 말한 것이다. 어색한 장내 분위기는 이 유머 한마디로 오히려 반전되며 박수까지 받게 되었다.

원스턴 처칠 수상이 의회 연설 일정으로 의사당 방문 중 화장실을 찾았다. 마침 야당 당수가 소변을 보고 있길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볼일을 봤다. 그러자 야당 당수의 뼈 있는 한마디가 처칠의 귓전을 때렸다. “총리는 왜 늘 나를 멀리하시오?” 하지만 처칠의 응수도 언중유골(言中有骨)이었다. 처칠은 “당신들은 항상 큰 것만 보면 국유화해야 한다고 난리이지 않소”라고 말했던 것이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노예해방을 선언한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얼굴이 못생긴 편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는 악의적 비난에 직면해도 멋진 유머로 받아넘긴 위인이었다. 링컨 대통령은 자신을 모욕한 야당 의원에게 “내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늘같이 중요한 자리에 왜 못생긴 얼굴로 왔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의 외눈박이 외무장관 유머도 있다. 하루는 그가 의회에서 국제관계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야당 의원이 “한쪽 눈밖에 없는 사람이 복잡다단한 국제정세를 잘도 보시는군...” 하고 빈정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노골적인 인신공격에도 “일목요연(一目瞭然)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답변을 했다. 상대당과 상대방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우리 정치문화가 배워야 할 유머감각이다.

오늘의 한국 정치판은 사실상 내전상태와 다름없다. 상대의 비난을 유머로 받아넘기는 여유와 도량은커녕 온갖 경멸과 조소의 저품격 맞대응만 가득하다. 천박하고 살벌한 정치 현실에 긍정적인 유머정치가 자리할 틈이 없다. 이렇게 각박한 정치로 어떻게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을 일구어 내겠는가. 추석 명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은 우울하고 불안하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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