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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불효자 시절

[아투 유머펀치] 불효자 시절

기사승인 2021. 02. 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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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양반의 고장인 경북 안동에 가난한 선비의 후손이 있었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궁핍한 살림이다 보니 해마다 아버지의 기일(忌日)이 다가와도 제사상에 올릴 탕국거리조차 마련할 형편이 못 됐다. 또 잡곡밥 한 그릇에 찬물 한 종지만 올리기가 면구스러웠는데 고민 끝에 묘수를 찾았다. 달력 뒷면을 지방 크기만하게 오려서 ‘顯考學生府君神位(현고학생부군신위)’라고 쓴 다음 가슴에 붙이고 길을 나선 것이다.

안동시내 시장을 두루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보이는 먹을거리마다 맘껏 드시라고 권했다. 한데 그날따라 어물전이 좀 빈약해 보였다. 내친 김에 차비를 마련해서 동해안의 영덕 강구항으로 나갔다. 마침 저멀리서 고깃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가슴에 붙은 지방을 다시 추스르면서 아버지께 고했다. “싱싱한 해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실컷 드세요.” 그런데 항구에 당도한 배를 보고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뿔싸. 그 배는 고깃배가 아닌 분뇨수거선이었던 것이다. 불효자는 통곡을 했다. 가슴에 붙은 지방을 떼서 거꾸로 들고 털면서 “아버지 빨리 토하세요”를 거듭 외치며 슬피 울었다는 것이다. 누가 이 불효자를 탓하랴. 이번에는 좋은 부모 만나서 유복한 환경 속에 열심히 공부를 한 덕분에 교수와 의사, 그리고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직업을 가진 어느 4형제의 골프 시합 이야기이다.

이들 4형제가 모처럼 명문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데 유난히 진행이 늦어 뒷팀의 불만이 많았다. 참다못한 한 사람이 “도대체 앞팀은 뭐하는 사람들이오”라고 캐디에게 물었다. 그러자 캐디가 “내로라 하는 4형제가 골프 내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 타수가 가장 많은 사람이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답니다”라고 말했다. 골프에서 지고 억지 효자가 되게 생겼다는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전염병 바이러스 횡행 시절이 불효자를 양산하고 있다. 요양병원에 있는 부모님을 1년 동안이나 찾아보지 못한 자식들이 숱하다. 이번 설 명절 귀성도 막혔다. 지난 추석 때 몇몇 시·군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에서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역설적인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가도 불효 안 가도 불효, 이래저래 ‘효도불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아~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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