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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검수완박 부패완판

[아투 유머펀치] 검수완박 부패완판

기사승인 2021. 03. 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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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사나흘 굶은 늙은 호랑이가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다가 토끼를 발견했다. 단숨에 낚아채서 잡아먹으려고 입을 쩍 벌리는데 토끼가 눈을 새빨갛게 뜨고는 “이거 놔, 쨔샤~!” 하고 달려드는게 아닌가. 뜻밖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호랑이는 벌린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토끼가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산중을 방황하던 호랑이가 어느 날 그 토끼를 또 만났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작정하며 한 발로 제압하려는데 토끼가 “나야 나 인마! 나 몰라?”라며 똑바로 쳐다보는게 아닌가. 너무도 황당해서 멍하니 앉아있는 동안 토끼는 다시 가던 길을 가고 말았다. 분기탱천한 호랑이가 사흘만에 또 다른 토끼 한 마리를 붙잡았는데 그 토끼는 아예 호랑이가 측은한 듯 일갈했다. “소문 다 났어. 짜샤...!” 산중왕 호랑이는 그렇게 털썩 주저앉아서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작금의 한국 사회에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는 금시초문의 사자성어가 등장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 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현 정권의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밀어붙이기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작심 비판을 압축한 말이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이은 중수청 추진이 낳은 반향이다.

국민은 혼란스럽다. ‘공수처’ ‘중수청’ ‘국수본’이 무엇이며 이 나라의 형사사법체계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래야만 검찰 개혁이 되는 것인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수사지휘권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검찰상을 왜곡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1차적인 책임은 부당한 정치권력에 있었다. 검찰을 정권의 충견으로 만든 건 탐욕스러운 권력인 것이다.

검수완박을 하고 공수처·중수청·국수본을 등장시킨다고 부패완판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이들 수사기관이 늘 정치권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정권이 호랑이고 검찰이 토끼일 수도 있다. 검찰이 호랑이고 토끼가 국민일수도 있다. 정당한 권위를 상실한 호랑이는 토끼에게 당할 수도 있다. 토끼는 호랑이를 산중왕으로 떠받들기도 하지만 세력을 모아 뒤집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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