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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춘래불사춘

[아투 유머펀치] 춘래불사춘

기사승인 2021. 03. 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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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보소! / 자네도 들었는가 /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 바람이 났다네 /... / 아이고~ / 말도 마소 /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 봄에 피는 꽃년들은 / 모조리 궁딩이를 / 들썩대는디 / 아랫말은 / 난리가 났당께요 /... / 워매 워매~ / 쩌그 / 진달래년 주딩이 좀 보소 /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 워째야 쓰까이~ / 참말로 / 수상한 시절이여 / 여그저그 온 천지가 / 난리도 아니구만 / 그려~ / 워쩔수 없제 / 잡는다고 되것어 / 말린다고 되것어 / 암만 고것이 / 자연의 순리라고 안혀라 / 보소 / 시방이라고 / 있을 때가 아니랑게 / 바람난 꽃년들 / 밴질밴질한 / 낮짝이라도 / 귀경할라믄 / 우리도 싸게 / 나가 보드라고’. ‘봄바람 난 년들’이란 시(詩)의 내용이다. 경상도 출신인 여류시인이 흐드러진 봄 풍경을 의인화해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읊었다. 주체할 수 없는 봄의 서정이다. 춘정(春情)의 만발이다. 그러나 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고 다가온 봄도 ‘춘래불사춘’의 역설을 겪어야 한다. 꽃샘추위의 표현 수단이기도 한 이 말은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당(唐)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昭君怨)’ 시구절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북방의 흉노족에게 시집을 가게 된 한(漢) 왕실의 후궁 왕소군(王昭君)이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고 탄식했다는 뜻이다.

아무리 척박한 흉노의 땅이라 한들 드넓은 초원에 어찌 꽃이 없었을까.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된 여인의 심사가 그러했음은 자의적으로 대변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왕소군을 월나라 서시, 삼국지의 초선, 당나라 양귀비 등과 함께 4대 미인의 반열에 올려놓고 그 비애를 극대화하고 있다. 한나라 왕실 안에서의 박대보다는 흉노왕 아내로서의 호사스러운 삶이 더 나았을지에 대해서는 따져보지도 않는다.

바야흐로 만화방창(萬花方暢)하는 시절, 온 국민의 시선이 서울·부산 시장 보궐 선거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가 정권의 명운을 가르고 국가 정체성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 그리고 동서로 분열된 국론과 가덕도 신공항으로 갈라진 영남의 민심도 어느 한쪽은 호지(胡地)로 전락할 위기이다. 오는 4월 이 땅의 춘래불사춘은 정녕 어느 쪽 어떤 부류의 비가(悲歌)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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