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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엿장수 맘대로

[아투 유머펀치] 엿장수 맘대로

기사승인 2021. 09. 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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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有意雙腰合(유의쌍요합) 多情兩脚開(다정양각개) 動搖在我心(동요재아심) 深淺任君裁(심천임군재). ‘마음이 있어 허리를 합쳤고, 정이 많아 두 다리를 열었다오. 흔드는 것은 내 마음이지만, 깊고 얕은 것은 그대 재량으로….’ 사랑(舍廊)에서 글 읽기가 무료해진 어느 선비가 심심파적으로 읊은 언어의 유희인가, 독수공방을 바느질로 지새우는 애틋한 여인이 가위질을 하며 젖어든 성적 몽상인가?

에로티시즘의 절정으로 치닫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 해석한들 어쩌랴. 읽고 느끼는 것은 독자의 자유인 것을... 그런데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 한시는 조선 중기 여류문인 허난설헌이 가위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剪刀(전도)’라는 오언절구이다. 자고로 가위질이란 쥔 사람이 요량껏 하는 것이지만, 자고로 엿장수 가위질만큼 제 맘대로이면서도 유혹적인 소리도 드물었다.

단 음식이 귀했던 지난날 어린아이들은 엿장수의 가위소리를 학수고대했다. 최고의 인기 주전부리가 엿이었기 때문이다. 엿장수의 엿가위 철걱이는 소리가 골목을 울리면 저마다 집 안의 폐품이나 고물을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빈 병이나 헌 고무신짝, 찌그러진 냄비 따위를 들고 나가면 엿으로 바꿔줬는데, 고물에 대한 가치 평가도 엿을 얼마나 끊어 줄지에 대한 가늠도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였다.

교활한 엿장수는 헛가위질로 아이들을 유혹했고, 구멍이 많은 엿을 만들어 실리를 챙겼다. 단맛에 현혹된 아이들은 멀쩡한 신발이나 새 냄비를 헌 것인 양 들고 나가며 집안 살림을 축내기도 했다. 똑같은 빈 병이라도 주는 엿의 양은 매번 들쭉날쭉했다. 목판에 깔린 엿에 쇠 주걱을 대고 엿가위로 쳐서 잘라주는데 그날의 기분에 따라 늘어났다 줄었다 했다. 그래서 ‘엿장수 맘대로’라는 속담이 생긴 것이다.

거대 여당의 내맘대로 입법 폭주가 점입가경이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야당의 항변은 애초에 묵살하고 국민의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없다. 이른바 ‘운동권 셀프 특혜법’에다 ‘공수처법’ ‘대북전단금지법’ ‘임대차3법’ 일방통행에 이어 속칭 ‘언론징벌법’까지 밀어붙이며 갈등을 빚고 있다. 엿장수의 맘대로 가위질도 유분수다. 지나치면 마을 주민들의 냉대를 받거나 엿판을 빼앗기고 동네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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