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효성의 절기에세이] 춘분(春分), 밤낮의 길이가 같아짐

[이효성의 절기에세이] 춘분(春分), 밤낮의 길이가 같아짐

기사승인 2021. 03. 20. 00: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효성의 절기 에세이
오늘은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vernal equinox)이다. 천문학적으로 춘분은 20일(엄밀히 말하면 춘분이 드는 시점)을 가리키지만 24절기로는 이날부터 다음 절기 청명의 전날인 오는 4월 3일까지 약 15일간을 뜻한다. 이처럼 춘분이라는 말은 밤낮의 길이가 같은 날을 뜻하기도 하고, 그날부터 약 15일간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와 추분, 동지도 그러하다.

천문학에서는 춘분부터 봄으로 친다. 그러나 입춘을 봄의 시작으로 치는 절기력에서 춘분은 봄의 기절기(基節氣)로서 한봄이다. 그레고리력에서는 3월 1일부터 봄으로 치기 때문에 춘분은 초봄에 속한다. 이처럼 관점에 따라서 춘분은 봄의 시작이기도 하고, 한봄이기도 하고, 초봄이기도 하다. 이렇듯 계절을 나누는 시간의 구분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위적이고 임의적인 구분이지만 실생활에서는 매우 유용한 것이기도 하다.

춘분은 봄에 밤과 낮을 균분하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이론적으로 오늘 밤과 낮의 길이가 각각 12시간씩으로 같다. 오늘 극지방을 제외한 지구 위의 모든 곳에서 태양은 6시에 뜨고 18시에 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표준시 설정 등의 이유로 반드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해가 6시 30분에 뜨고 18시 30분에 지는데 이는 우리가 서울 표준시를 쓰지 않고 서울보다 30분 더 빠른 동경 표준시를 쓰기 때문이다. 이는 일제 식민지 시절의 잔재다. 우리의 표준시를 마땅히 서울 표준시로 바꿔야 한다.

생명체는 추위에 약해서 추운 겨울에는 생명활동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 동면하거나 생명활동을 멈추었다가 날씨가 풀리는 봄에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봄은 재생 또는 소생의 계절로 말해지는데 그런 재생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 춘분이다. 춘분 무렵부터 대지는 추위의 속박에서 완전히 풀려나기 때문이다. 추운 북쪽 지방에서도 “추위는 춘분까지”라는 말이 있다. 연중 춘분에서부터 약 20여 일이 기온 상승이 가장 큰 시기다. 북반부 온대 지역에서 춘분은 대지가 따뜻해져 생명이 돌아옴을 확인하고 이를 축하하는 시기인 것이다.


춘분 절기 에세이 사진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을 앞둔 18일 서울 강서구 구암공원에 매화가 만개해 있다. / 이효성 주필
그래서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삼았다. 부활절을 뜻하는 영어의 이스터(Easter)는 새로운 삶과 다산을 상징하는 고대 색슨족의 여신의 이름이자 춘분의 뜻도 지닌 에오스타(Eostar)가 그 어원이다. 초목에 의지하여 유목 생활을 하던 고대 중동 지역에서는 초목이 되살아나는 춘분을 새해 첫날로 삼았고 오늘날도 그 지역의 한 나라인 이란은 춘분을 설날로 삼고 있다.

이처럼 춘분은 난춘지절이어서 중부지방에서도 온갖 풀들이 솟아나고 이 무렵부터 자연에서 나물의 본격적인 채취도 가능하다. 남녘에서는 춘분 이전부터도 일부 봄나물의 채취가 가능하나 본격적인 채취는 역시 춘분 어간부터 5월까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춘분 어간에 중부지방에서도 매실나무, 산수유, 생강나무, 갯버들, 버드나무 등이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고 남쪽에서 철새인 제비가 날아옴으로써, 대지에 생명이 돌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춘분이 난춘지절이라고 해서 이 무렵에 언제나 따뜻한 날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이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꽃샘바람” 등의 말들이 있듯이, 이때 반드시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도리어 꽃샘추위와 찬 바람이 갑자기 몰려와 일찍 핀 꽃이나 어린 싹을 얼리기도 한다. 하지만 ‘봄추위와 늙은이 건강’이라는 속담에서 보듯 꽃샘추위는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의 상징이다.

‘봄 도다리, 겨울 광어’라는 말처럼 도다리는 산란기인 겨울철을 지나 지방함량이 적고 살이 차오르는 3~4월에 가장 맛이 좋은데 주로 회로 먹지만, 쑥국으로도 좋다. 주꾸미는 3월에서 5월까지가 제철인데 산란을 앞두고 알이 꽉 차고 영양분이 풍부하며 맛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충남 무창포의 주꾸미·도다리 축제, 서천의 동백꽃·주꾸미 축제가 춘분 어간에 열린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기사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