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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효성 오너家 조현준·현상, 4년간 배당·연봉으로 빚 3000억 갚았다

[마켓파워]효성 오너家 조현준·현상, 4년간 배당·연봉으로 빚 3000억 갚았다

기사승인 2021. 0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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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담보대출로 지배구조 강화 활용
효성·갤럭시아머니트리 지분 확대
4년간 배당금 2000억·연봉 2~3배↑
"승계자금 마련 위해 신사업 속도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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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효성 조현준 회장이 지난 4년간 고액 배당과 함께 연봉을 올려 1400억원대 빚을 청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도 1200억원대 빚을 같은 방식으로 갚았다. 이들은 지주회사인 ㈜효성 보유 주식의 80~90%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했고 매번 계약을 연장해 왔지만 지난해 이례적으로 일괄 상환했다. 두 형제가 수천억원의 빚을 지게 된 배경에는 ‘지배구조 강화’에 필요한 지분 마련때문이다. 주식 담보 대출을 통해 지분 매각이나 의결권 제한 없이 경영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지주사와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데 활용했다.

이 기간 계열사 실적과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배당과 연봉을 늘려 대출을 다 갚을 수 있었다. 오너가 연봉이 2~3배 뛰었고, 배당금은 2000억원을 넘는다. 계열사들의 배당 규모와 횟수를 확대해 배당소득을 불렸다. 효성은 삼성·LG·SK 등 다른 그룹 오너들이 주로 지주사 주식만 보유하는 것과 달리 직접 지분투자한 계열사가 많다. 조 회장만 해도 개인 돈을 들여 지분을 확보한 계열사가 20여 곳에 달한다. 대부분 오너 일가 지분이 절반을 넘고 소액주주 비율은 20%대에 그친다.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향후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감당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효성 오너 일가는 ㈜효성 보유 주식 가운데 957만1038주(85.3%)를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 40건을 지난해 일괄 상환했다. 대출 시 기준이 되는 계약체결·변경일 종가로 계산한 평가금액은 6399억원이다. 증권사들은 주식 담보 융자를 평가금액의 50~70% 범위에서 대출해준다. 이를 고려해 가장 보수적인 수치(50%)로 계산해도 효성 오너가 대출금은 최소 3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 회장이 약 1400억원으로 대출 규모가 가장 컸고 조 부회장이 약 1240억원, 조석래 명예회장은 약 542억원, 송광자씨는 약 14억원으로 추산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효성 주식 담보 대출을 모두 상환한 것이 맞는다”면서도 “대출 관련 사항은 오너 개인적인 일이라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 일가의 대출처는 증권사 11곳(중복 제외), 은행 1곳과 한국증권금융·국세청 등 총 14곳으로 증권사에 몰려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모가 큰 오너가의 경우 동일 회사 주식으로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만큼 은행보다 업체 수가 많은 증권사를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며 “은행보다 대출이 빨리 나오고 레버리지도 더 크게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형제는 상환일이 최소 3개월, 최대 12개월 주기로 돌아올 때마다 대출을 연장했고 이 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지분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다. 오너 일가가 ㈜효성 주식을 담보로 첫 대출을 받은지 6개월 만인 2018년 12월 ㈜효성은 유상증자를 시행했고 당시 조 회장은 ㈜효성 주식을 1267억원어치 샀다. 조 부회장도 1374억원어치 사들였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 지분이 기존 10%대에서 20%대로 높아지면서 그룹 지배력이 커졌다. 추가로 조 회장은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머니트리도 2019년과 올해 두 번에 걸쳐 50억원어치 매입했다.

지분투자 자금을 주식 담보 대출 연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보해온 것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는 지난해 돌연 대출금을 일괄 상환했다. 이 기간 기업 매각 등이 없는 점을 미뤄볼 때 그간 매해 올려온 배당과 연봉을 기반으로 대출 상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조 회장이 취임한 후 배당 정책은 강화됐다. 주식의 35.26%를 조 회장이 보유한 효성ITX은 결산배당에서 분기배당으로 바꾸면서 동시에 1주당 결산배당금을 200원에서 500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조 회장에게 돌아가는 배당액은 효성ITX에서만 취임 직전(9억원) 대비 지난해(33억원) 3.7배 증가했다. 효성화학과 효성티앤씨 배당금도 1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했다.

조 회장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효성·효성ITX·효성화학·효성티앤씨·갤럭시아머니트리·신화인터텍에서 수령한 배당액은 총 1132억원이다. ㈜효성이 ‘배당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효성에서만 총 944억원을 받았다.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효성화학·신화인터텍에서 같은 기간 916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조석래 명예회장과 송광자씨도 ㈜효성·효성화학·효성티앤씨 3곳에서 각각 518억원, 32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이로써 조씨 일가가 받은 배당금은 총 2600억원에 육박한다. 오너가 배당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계열사들의 소액주주 지분은 20%대에 불과하다.

오너가 연봉도 매해 증가했다. 조 회장의 ㈜효성 연봉은 2017년 15억6000만원에서 이듬해 41억원으로 2.6배 뛰었고 지난해 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취임 해 대비 3배 증가한 수준이다. 조 부회장은 2017년 12억원에서 1년 만에 1.7배 올라 20억원을 수령했고, 지난해 26억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 여파로 ㈜효성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1.3% 감소한 지난해에도 조현준·현상 형제 연봉은 각각 2.7%(약 1억원), 2.8%(약 7000만원) 올랐다.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 조 명예회장 연봉도 계속 늘었다. 2017년 15억원에서 2019년 30억원으로 2배 증가했고, 작년에는 퇴직금 251억원을 포함해 총 281억원을 수령했다. 그는 여전히 ㈜효성(9.43%), 효성중공업(10.18%), 효성화학(6.7%) 등 여러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조현준·현상 형제로선 막대한 증여·상속세 자금을 미리 마련해놔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두 형제가 투자한 지분 가치가 커지게 되는데, 이는 곧 승계자금 마련이 수월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도 올해 6월 ‘100년 기업 효성’을 이끌 신사업으로 액화수소 사업을 꼽고 효성중공업을 중심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혜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사업이 국내 업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신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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