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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 1년’…LG “30년 기술투자 존중돼야”

‘배터리 전쟁 1년’…LG “30년 기술투자 존중돼야”

기사승인 2020. 07.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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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배터리 전쟁 1년…美 ITC, 10월 최종판결
180조 시장 선점 위해 기술재산권 보호의지
구광모최태원
악수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제공=연합뉴스
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이 10월로 다가오면서 소송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사의 소송에 국내업계뿐 아니라 정부, GM·폭스바겐·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까지 주목하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글로벌 업체에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두 회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과제로 제시한 ‘그린뉴딜’의 중요한 축이다. 배터리 소송 결과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수급문제와 일자리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조용한 총수로 불리는 구광모 회장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으로 의도치 않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소송전에서 LG가 협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승부수로 정한 구 회장의 굳은 의지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를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결의를 넘어, 2025년 180조원 세계 배터리 시장을 앞에 두고 치열하게 전개될 싸움에서 LG가 상황론 등에 등떠밀려 타협하거나 기술·인력 등의 문제로 섣불리 양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확실한 의지로도 읽힌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10월 ITC 최종판결을 앞두고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배상액 규모를 둘러싼 견해 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조 단위의 합의금을 원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 수준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LG화학은 2월 미국 ITC가 내린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나온다면 진지하게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기패소 예비결정이 SK이노베이션의 증거 훼손 사실 때문에 내려진 만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LG화학이 얼마나 손해를 봤고 어느 수준으로 배상해야 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는 제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순서를 역으로 추적해 제품 제조과정과 성능을 파악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 불가능한 대표적인 분야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계 역시 기술 개발로 축적된 노하우를 보호하고, 지재권을 존중하는 형태로 배상이 이뤄져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또 이번 소송 진행 경과가 해외 경쟁업체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타당한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국내 배터리 3사가 해외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소송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경쟁사들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와 인력 빼가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는 LG화학은 정부 등이 개입해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양사의 소송이 자칫 배임 이슈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더욱더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의 전기차 배터리 법적 공방은 지난해 4월 본격화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인력을 빼가는 등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ITC에 제소했다. ITC가 올 2월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 결정을 내렸지만, LG화학은 앞서 경찰에 SK이노베이션을 고소한 데 이어 지난달 검찰 고소까지 단행하며 전선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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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굳은 자세는 배터리 사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총체적으로 보고 있는 구 회장의 의중이 투영됐다는 시각이다. 단호한 대처로 현재 배터리 세계 1위를 수성해가겠다는 의지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기술 패권 경쟁, 시장 점유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결의를 예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친인 구본무 회장이 지금의 LG화학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20년 넘게 쏟아부은 노력을 구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적당한 타협의 여지를 줄이는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에 있었던 글로벌 각축전을 목격한 구 회장이 기술과 혁신 외에 어떤 것도 기업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소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LG화학의 세계 배터리 장악력과 구 회장에 대한 인상은 강하게 각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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