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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공포의 집콕…출근 못하는 20대 “6개월째 불면증 치료”

[아투탐사] 공포의 집콕…출근 못하는 20대 “6개월째 불면증 치료”

기사승인 2021. 03. 0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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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 내몰린 스튜어디스
퇴사후 우울증에 정신과 찾아
한달동안 딱 한번 외출한 주부
시댁·친정은 커녕 남편도 경계
'무기력' 취준생 도박에 빠지기도
작년 온라인도박 접속 6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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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탓에 회사로부터 ‘권고사직’…6개월간 불면증 시달려

‘스튜어디스(승무원)’. 지난 3년간 김영지씨(가명·28)를 소개하던 이름이었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1년 반 동안의 준비 끝에 가까스로 승무원이 됐지만 지난해 여름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김씨는 “회사가 무급휴직 할래, 권고사직서 쓸래 묻더라. 언제까지 쉬냐고 되물었더니 ‘기약 없다’고 말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씨의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퇴사자들을 우선적으로 다시 채용하겠다고 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김씨는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처음 회사를 나왔을 때는 막막하기만 했다. 눈물도 안 나오더라”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으려고 해도 웬만한 곳은 사람을 안 뽑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6개월 넘게 불면증에 시달리다 작년 겨울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긴 설문지를 작성한 뒤 그녀가 받은 판정은 우울증이었다.

김씨는 “의사 선생님이 우울증이라고 말했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가 거주하는 서울 강서구는 공항과 가까워 승무원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일대 카페 알바생 90%는 승무원”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던지며 “아마 대부분 나와 같은 처지일 것이다. 의사 선생님도 파일럿이나 승무원, 공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정기적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해 쿠팡 등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왔다. 카페에서 일하는 승무원 출신 친구가 급한 일이 생기면 대타를 뛰러 가기도 한다. 2주에 한 번은 정신과에 들러 약 처방을 받아온다. 김씨를 진료하는 의사는 김씨가 방문할 때마다 “2주 동안 좀 어땠느냐”고 묻지만 김씨는 매번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다시 비행할 수 있을까 싶다”고 답할 뿐이다.

◇ 코로나 무서워 ‘집콕’…“히키코모리 된 기분”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주부 차윤미씨(35)는 확진자가 1000여명을 웃돌던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딱 한 번 집 밖에 나갔다. 차씨는 “내가 걸리는 건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아이가 걸릴까 집 밖에 못 나가겠더라. 한 번 나간 것도 참다 참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고 말했다.

차씨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이 같은 ‘집콕’ 생활을 이어왔다. 18개월 아이가 감염될까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차씨의 남편조차 아이를 보려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아이 방에 들어가야 한다. 그는 “남편이 회사에서 어떤 바이러스를 가지고 왔을지 모르는 일”이라며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친정과 시부모님 모두 아이를 본 적이 없다. 부모님들이 서운해하시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씨는 2019년 11월 출산 직후 산후우울증에 시달린 가운데 두 달 뒤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며 우울증이 심해졌다. 차씨는 “병원에 갔더니 산후우울증에 코로나19로 집 밖에도 못 나가니 우울증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하더라. 아이가 어려 매일 집에 붙어있을 수밖에 없는 데다 감염 걱정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요즘에는 히키코모리가 된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 블루’가 도박 중독 부르기도

직장인 한모씨(31·여)의 최근 가장 큰 걱정거리는 취업준비생인 남동생이다. 코로나19로 취업이 더 어려워진 건 물론이거니와 남동생에게 우울증과 무기력증까지 찾아온 것 같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한씨는 “동생이 얼마 전에 100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다”며 운을 뗐다.

한씨가 추궁하자 동생은 “사실 온라인에서 경마 배팅 도박을 했다”고 털어놨다. 한씨는 “코로나19로 주식 광풍이 몰아쳤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내 동생이 도박에 빠질 줄은 몰랐다. 바로 정신과에 데려갔고, 지금은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도박 문제로 도움받은 사람은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이 중 90%는 온라인 도박 중독이었다. 코로나19로 경륜과 경정 등 합법 사행 산업이 휴장하자 해외 경주 영상을 이용한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사람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접수 현황은 4234건으로 전년(670건)보다 6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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