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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오너家경영 강세 속 이재(理財) 밝은 전문경영인이 뒷받침

GS그룹, 오너家경영 강세 속 이재(理財) 밝은 전문경영인이 뒷받침

기사승인 2021. 03.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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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수의 GS, 변해야 산다] ④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의 조화
신사업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 과제
주요 계열사 요직에 오너 3·4세 포진
장수 전문경영인들 조력자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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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의 기업 경영구조를 보면 독특하다. 지주사인 GS의 지분 49%를 43명의 허씨 일가가 나눠가지고 있는 지분구조처럼 GS를 비롯해 에너지·유통·건설 등 주요 계열사에 허씨 일가가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오너기업들이 지주사의 최대지분으로 총수 중심의 강력한 오너십을 발휘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다보니 2.12%의 지분만 보유한 허태수 GS 회장이 강력한 변화 드라이브를 거는 데 한계가 있다. 후계구도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4세 맏이 격인 허세홍 사장이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를 이끌고 있지만 본인의 지분도 2.37%로 미약한 데다 허정구 일가의 지분이 13.14%로 GS의 태동을 일으킨 허준구 일가(14.62%)보다 낮아 허윤홍 GS건설 사장도 후계자에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만큼 오너일가의 경영인력이 넘쳐나다 보니 경영능력 검증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도입돼 있다. 경쟁구도가 형성돼 오너리스크가 다른 기업에 비해 현저히 적고,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오너경영인들은 GS그룹에 오랫동안 몸담은 전문경영인과의 합을 맞추며 그룹을 이끌고 있다. 홍순기 GS 사장, 김형국 GS칼텍스 사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에 김호성 GS홈쇼핑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LG와의 동업 당시 ‘그룹의 살림꾼’ 역할을 담당했던 기업문화가 뿌리내린 영향으로 재무전문가 등 이재(理財)에 밝아 재무건전성을 높여 허씨 일가가 경영능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 출신들이 많아 에너지사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갖추고 있다. GS그룹은 에너지기업인 GS칼텍스가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에너지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 불리하다.

취임 2년차를 맞은 허태수 회장이 디지털전환, ESG경영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오너일가 경영인들도 3·4세 경영인들이 나서며 신사업으로 미래 먹거리 개척에 나서고 있다. 허태수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이들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8일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은 LG와 사돈관계를 맺으며 GS를 일으킨 창업주 허만정의 3남 허준구 일가의 GS건설, 장남 허정구 일가의 삼양통상, 5남 허완구 일가의 승산 등 가족기업을 독립경영을 하면서 GS의 주요 계열사 요직에 3, 4세들이 자리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경영스타일을 보인다. 특히 GS지주를 비롯해 에너지 계열의 GS에너지와 GS칼텍스, 유통의 GS리테일, 건설의 GS건설 등의 수장은 단연 허씨 일가다.

종합에너지 중간지주사인 GS에너지에는 허용수 대표가, 그룹 매출을 책임지는 GS칼텍스에는 허세홍 대표가 자리해 있다. 이들은 3세 경영자 막내와 4세 경영자 맏이로 불과 한 살 차다. 후계구도에서 묘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두 사람이다.

허용수 사장은 승산그룹을 이끄는 허완구일가의 장남이다. 2009년까지 승산그룹에서 경영수업을 거친 후 GS홀딩스 사업지원담당 상무, GS 사업지원팀장 등을 지내며 증권과 인수합병, 발전사업, 자원개발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았다.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GS 지분 5.26%로 개인 최대주주이다 보니 차기 총수 후보 중 한사람으로 늘 지목된다. 지난해 8년 전 매각했던 GS파워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 강화의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GS파워가 경기 안양과 부천 등지에서 열병합발전소 등 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해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형태로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어 경영성과를 위한 인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GS칼텍스의 수장인 만큼 강력한 후계자 후보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부친에 이어 GS칼텍스를 이끌고 있다. 현장경험을 중시하는 부친의 경영스타일을 이어받아 10년 가까이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정유기업이자 GS칼텍스의 지분 50%를 보유한 셰브런에서 일했고, 2007년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 부법인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조용한 성격으로 외부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2019년 GS칼텍스 대표에 오른 후 대외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7년 GS글로벌 재직 당시 사업다각화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GS칼텍스에서도 새 성장동력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허세홍 사장은 정유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유소를 일종의 모빌리티 거점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실행 중이고, 올레핀 복합분해설비(MFC) 프로젝트를 완수해 종합석유화학으로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유통은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중심으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이 GS홈쇼핑에서 GS로 옮기면서 김호성 대표가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는 7월 GS홈쇼핑이 GS리테일에 흡수합병되면 허연수 부회장이 온·오프라인 유통을 모두 아우를 가능성이 크다. 허연수 부회장은 LG상사, LG유통을 거치며 GS리테일 편의점사업 성장을 주도한 유통 전문가형 CEO다. 경영 전반에 걸쳐 실무적 지식도 높다.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승계구도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5년부터 GS건설에서 16년 동안 일했다. 현장 경험이 많으며 직원들과도 술자리를 종종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탈하고 원만한 성품이다. GS건설이 추진하는 모듈러주택 등 신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GS 정통일가인 故 허준구 선대회장의 장손인 만큼 허씨 일가의 장손인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후계자 경쟁에 놓여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로 후계자로서의 경영능력도 입증해야 한다.

이들은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홍순기 GS 사장, 김형국 GS칼텍스 사장, 김호성 GS홈쇼핑 사장 등 전문경영인과 함께 경영능력을 키우고 있다.

홍순기 사장은 최고재무관리자(CFO) 경력만 10년이 넘을 정도로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재무전문가다. 그룹의 자금관리와 투자 추진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합리적인 성품과 꼼꼼한 일처리로 직원들의 신망을 얻고 있고, 허태수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혁신 DNA’ 이식을 도울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GS가 ESG경영의 일환으로 신설한 ‘친환경협의체’의 의장도 맡으며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호성 사장은 허 회장과 30년 이상의 이어온 최측근 중 하나다. 허 회장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LG투자증권 시절부터 GS홈쇼핑까지 연을 이어왔다. 두 사람은 또한 고려대 선후배이기도 하다. 허 회장이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고 있을 때 GS홈쇼핑 사업 전반의 실무를 총괄하며 허 회장을 도왔다. 특히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상품개발, 방송과 모바일쇼핑이 통합된 크로스채널 상품 판매방식을 도입해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허 회장의 디지털전환 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허연수 부회장과 함께 GS리테일과의 합병작업을 잡음 없이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사법시험과 공인회계사를 모두 합격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LG그룹과 분리하는 과정에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영입한 인물이다. 2013년 GS건설의 대표이사를 맡았을 당시 영업손실 1조원을 2014년 2분기 영업이익 111억원으로 흑자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건설업과 직접 연관된 모듈러주택사업, 데이터센터사업, 수처리사업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업, 배터리 제조업 등 비건설 분야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신사업부문 대표는 허윤홍 사장이 맡고 있어 일각에서는 허 사장의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마련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룹의 전략전문가인 김형국 GS칼텍스 사장도 허세홍 사장의 경영성과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호남정유 출신인 그는 원유 수급부터 생산현장 운영 최적화, 경영기획과 마케팅까지 두로 섭렵한 몇 안되는 인물로, 전체 석유사업을 총괄하며 신성장동력인 올레핀 사업도 진두지휘한다. 올레핀 사업은 허세홍 사장의 경영능력 검증에 중요한 사업인 만큼 올해 그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LG와 마찬가지로 아들들만 경영에 참여하지만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어 막냇동생인 허태수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을 미뤄볼 때 장자승계의 원칙은 아니다” 면서 “창업주 허만정 회장이 8남, 허준구 회장이 5남 등 세대가 지나면서 경영인력이 많아 여느 기업과 달리 문제를 일으키는 오너일가도 거의 없고, 경쟁이 치열해 경영능력자가 기업을 이끄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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